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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강우현/모래의 나라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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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61회 작성일 19-06-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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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강우현/모래의 나라 외1편


모래의 나라 외1편


강우현



도시에 사막이 산다
100킬로 제한속도 모래바람이 불고
계절 상관없이 사람들의 웃음을 건조하게 만든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실눈을 뜨지만
길은 보이지 않고
대책 없이 쌓이는 모래가 계단과 옥상까지 점령한다
모래와 모래 사이
제산제를 먹고 컴퓨터를 켜는 시간
사막을 위해 십자가에 피 흘린 예수는
어두운 서랍으로 들어가고
인내는 바닥을 보인다
단비가 내려도 금방 증발하는 땅,
오아시스를 찾기까지
습한 틈에 가시를 기르는 건
이 도시의 생존법
낙타가 없는 사람은
모래 계단의 난간이라도 잡고 걸어야 한다





꽃들의 중독



밤에도 제 얼굴보다 큰 어둠을 쓰는
선글라스 종족
신상을 오픈할 때까지 들키면 안 된다


강남으로 몰려가 부모가 물려준 내용물을 바꿀 때
잠깐의 부종과 통증은 내일을 위한 필수
선글라스를 끼는 순간 당당해진다


레드벨벳을 꿈꿀 수 있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


길마다 성형외과 간판이 줄을 서고
아침 뉴스 하단 자막에는
메스를 빌린 기사가 발 빠르게 도망쳤다


그들은 선글라스를 쓰기 위해 휴가에 연가까지 낸 뒤
적금통장을 깨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지난겨울엔 다른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다


강남을 한 바퀴 돌아 나온 꽃들은
시들지 않는 앱을 깔고 업그레이드 될 때까지
향기 없이 같은 모습을 고수한다
강남표 꽃다발이다





*강우현 2017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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