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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김현정/결로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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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김현정/결로 외1편
결로 외1편
김현정
우울의 온도는 몇도일까
모서리에서 번식하고 있는
검은 꽃송이의 이주기간은 기약이 없는데
애간장 끌어안고
벽면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당신과 나 사이에서 자라고 있던 허기가
겨울의 문턱에서
무서운 표정으로 찾아와
낮과 밤의 교차로에서 다시 만나
너는 무딘 감정의 틈을 품고
뿌리를 자꾸 내리게 한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텁텁한 냄새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절망으로 번지는데
벽 속에서 기침 소리가 들린다
찢어질듯 터질듯 한 당신의 안부
냉정을 놓아버리고 싶은 처연한 울림이
멈추지 않는다
웅크린 내 심장 속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어둠으로 자라고 있다
이산離散
반세기 동안 부식된 통증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차창 밖에서 서성이던 그림자 하나
흔들리던 감정 찻잔 속에 섞어가며
마주보고 나눈 대화 등뒤에서 멈칫거리고
모호한 미소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머뭇거리던 숨소리가 허물을 벗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울렁거림 내 옆에 앉아
함께 말라가고 있다
의문을 내려놓고 흘러내리는 바람 사이로
갑자기 내린 소낙비가
가슴을 때리는 순간
빗소리에 잠긴 수척해진 표정
기억을 꺼내들고 나를 바라본다
살아온 날들이 달빛과 눈빛을 넘나들다
생의 방향을 선택하지 못한 그날의 외침
아직도 제자리 찾지 못하고
충혈 된 시선 속으로
사라지고 있을 즈음
풀리지 않은 혼돈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집착만 남아있다
반세기 동안 멈춘 체온 풀리고 있다
단, 20초도 흐르기 전에
*김현정 201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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