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72호/신작시/류순자/들리는가 형제여 외1편
페이지 정보

본문
72호/신작시/류순자/들리는가 형제여 외1편
들리는가 형제여 외1편
류순자
언젠가 비무장지대 갔는데 맑은 하늘을 보고
비무장지대가 울었어
오랜 세월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피는 물보다 붉다는 것
한 핏줄을 갈라놓은 판문점 콘크리트 분계선을
북측 위원장과 남측 대통령이
손잡고 순간에 넘어가고 넘어오고 허물었어
통일이 옛 꿈이 아니 구만 분단으로
배고파서 탄광, 벌목공으로 상처투성이었던 형제여
내일 모레면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남과 북을 잇는 임진강을 보고 싶어서 가네
강에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남과 북을 오고가고 하겠구만
나는 고개를 백로 모가지처럼 빼고 망원경으로
북녘 깨골창이라도 보이는 데까지 바라보다가 마음 풀고 오겠어
들리는가 형제여 내 발에는 살구꽃이 피었네
북녘 동네 살구꽃도 철도 연결하자고 피었을까 궁금하네
이렇게 마음 전할 길이 열려
한반도에 새로운 봄이 오네
하얀 목련꽃
과도한 세금 받아놓고 돈에 눈을 흘끔거리는
조병갑이한테 대고
밥이 하늘이다
하얀 옷이 낡아지도록 전봉준은 외쳤다
집에 올 때 독이 있는 옻나무 잎이라도
가지고 와서 먹어야 시들시들한 목숨을 이어갔다
싯푸른 풀을 먹으면
완장 차고 권세를 부추기는 놈들이 더 잘 보였다
곤장 맞아 죽은 아부지 죽음에
살풀이 구음으로 혁명을 외치다가
하얀 옷이 다 낡아지는 전봉준
원시적인 모습 그대로 이어지는 민주
*류순자 1998년 《시와산문》, 2017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저서 『세월은 정밀하다』 『붉다는 것에 대하여』 외. 여수해양문학상 수상.
추천0
- 이전글72호/신작시/황성용/밤나무 아래에서 외1편 19.06.28
- 다음글72호/신작시/김현정/결로 외1편 19.06.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