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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황성용/밤나무 아래에서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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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시/황성용/밤나무 아래에서 외1편
밤나무 아래에서 외1편
황성용
까면 깔수록 껍질,
껍질만 까진다
껍질 자체도 빈 것인데 속까지 비어있다
되어가는 과정에서
빈 알맹이다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비와 바람과 구름을 깐다
별을 헤며 시를 노래하는 또 다른 동주는
괘념하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냄새를 내는 은행도 따라 했으면서
열매도 되지 못한 열매인 곳에서
열매로 몸부림친
복합 열매
사랑과 증오와 재회가 들어 있는 국적을 되찾기 위해
무엇의 희생과
무엇의 결기와
무엇의 비탄
빈 껍질이 생기면 생길수록 한 번의 주저도 없이
희생의
결기의
비탄의
그리하여 파삭파삭 깨진 서두의 무엇, 허위
밤 떨어진 길에
자신
흥분의 속도가 잠시 멈춘 가을
낙엽이 아니라 복장이다
재활용함에서 꺼낸 옷들, 유행은 모두 빠져나가고
앙상한 우수만 남았다
옷은 입지 않아도 버려지지 않는 본질, 그 몇 천 배 이상
승용차들의 방해만 없었으면 하는 가정假定이
절박했던 주택 화재에도
파란 조끼나 파란 남방들은 그런대로 차분하다
옷들은 계속 자기의 옷으로 도정搗精*되고 있다
따뜻하게 입어야 할 때는 그렇게 해주시라는 겨울에 이르러,
옷이 나에 대해서 답을 준다
너 자신이다
*도정 : 곡식을 찧거나 쓿음.
*황성용 2017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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