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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기획4행시/최향란/대추나무의 일 년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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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기획4행시/최향란/대추나무의 일 년 외1편
대추나무의 일 년 외1편
최향란
새 땅으로 옮긴 후 하필 60년 만에 온 혹독한 겨울 얼어붙은 땅에 끙끙 앓는 소리 석 달 열흘입니다
봄날에도 몹시 떨고 여름을 온몸으로 부둥켜안은 후에서야 새잎 서너 개 올라오는 소리 들립니다
나무의 사투 순간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지켜보며 물주기간당간당한 나무가 불안합니다
꽃도 열매도 없이 대추나무라는 아우성만 펄럭대는 숨통 가픈 시간과 늦가을 저녁이 마주칩니다
선암매 유정有情
선암사 종정원 돌담길 나 지금 찾아가는 아침 천년 세월 흩어져 헤매지만 길 없겠습니까
남아있던 단 한 톨의 그리움 깨워 성큼 들어온 당신의 향기를 봅니다
길었던 그리움의 원망도 없이 스스로 흥겨워 자꾸 피는 꽃 보아요
제 몸 다 덮은 오, 떨리는 사랑 앞에 또 다시 나 눈멀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향란 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밖엔 비, 안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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