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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안성덕/조화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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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안성덕/조화 외1편
조화 외1편
안성덕
복사꽃이 활짝,
이월 매조에 꾀꼬리 운다더니 매화 고목에 참새도 여럿 날아들었다
출가 삼 년, 벌써 득도라도 하셨나 세상 따윈 안중에 없다 어머니 벙근 함박꽃에 눈길 한 번 안 주신다
아자씨는 뉘시다우? 속가의 연 깔끔하게 정리하신다
기찬 조화다
난초지초 온갖 행초 작약 목단에 장미화 죄 피어 있다 창밖엔 난분분 눈발이 흩날리는데
갓난아기로 되돌아간 걸까 틀니 빼 쓰레기통에 버렸더라는 어머니, 태엽 감듯 시간 맞춰 공양하시고 무덕무덕 애기똥풀꽃 활짝 피우신다
쑥고개 아래 연수요양병원 315호실 저, 저 꽃바구니 십 년은 더 걱정 없겠다
저녁연기
사람의 마을에 땅거미 내려와
동구 밖에 서성거린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식구를 기다리나,
어머니는 머릿수건 벗어 어깨에 묻은 검불 같은 어스름을 탈탈 털었다
가마솥에 햅쌀 씻어 안쳤다 모락모락 연기 피워 올렸다
시월 찬 구들장을 덥혔다
워 워, 외양간에 누렁이를 들이고 아버지는
꼬투리 실한 콩대 몇 줌을 어둔 작두에 욱여넣었다 쇠죽을 쑤었다
산달이 가까워진 소, 푸우 푸 콧김을 뿜으며 워낭을 흔들었다
어스름처럼 고샅에 밥내가 깔리면 어슬렁, 들고양이가 기웃거리곤 했다
솎아온 텃밭 무로 생채를 무친 어머니
아버지 밥사발에 다독다독 고봉밥을 올렸다
졸을 텐디, 두런두런 남은 국솥의 잔불을 다독였다
아무 집이나 사립을 밀면, 막 봐놓은 두레밥상을 내올 것만 같은 저물녘
들어가 둘러앉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컹컹 낯선 사내를 짖는 검둥개가 금방이라도 달려 나와
바짓가랑이에 코를 묻을 것만 같다
잘 익은 감빛 전등불은 옛일인 듯 깜박거리고
저녁연기 굴풋하다
*안성덕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몸붓』이 있음. 《아라문학》 편집위원. 원광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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