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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박신규/열대야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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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박신규/열대야 외1편
열대야 외1편
박신규
씹할 새끼, 가 넘어왔다
연남동 술집들 사이
어두운 연립주택 주차장에서
열 번도 넘게 넘어왔다, 참고 있던
이 씹할 년이, 도 건너왔다
10이 10에 닿을 때마다 추억은
한 꺼풀씩 벗겨지며 녹아내린다
속옷을 찢고 물집을 찌르고
푹푹 내장을 쏟아낸다
목을 걸고 빨갛게 커지기만 하는 18,
꽃비 내리는 시절에 누워
첫눈 뿌리는 창가에 앉아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거라던
28과 28, 누가 보든 말든
강제로 만지고 빠는 악다구니가
달콤한 입술을 짓이긴 주둥이들이
뻘뻘 피를 흘린다 흥건히 젖어
맨홀로 떨어진다
담장 너머로 볼 장 다 훔쳐본
자귀꽃 떨어진다, 불콰한 볼과
마스카라 뭉개진 속눈썹을 뜯어내며
목숨처럼, 모가지를 걸고
진다
기도
여자는 목을 빼고 기다린다
마을버스 종점
막차에서 내리는 학생은
누가 봐도 그녀의 딸
똑같다, 똥그란 눈망울
왼쪽 볼우물 짓는 웃음
어느 가을 형수라 불렀던
형의 그녀를 닮았다
일없이 저렇게,
늙을 것이다
젊었을 것이다
*박신규 2010년 《문학동네》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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