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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강문출/지는 꽃에 등을 기대다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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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강문출/지는 꽃에 등을 기대다 외1편
지는 꽃에 등을 기대다 외1편
강문출
마지막 문병을 받아들이자
시든 꽃을 인 꽃대로 흔들리던 마음이
낮게 앉은 풀잎사귀처럼 잦아들었다
웅크린 말들은
삐뚤빼뚤 날아가는 나비였다
……
난감하다
그래서 꽃과 나비는
아무 말도 지어내지 않는 것일까
오래된 농담에 등을 기댄 지금의
이별은
말이 아닌 느낌,
그 느낌으로 바깥까지 어두워졌을 때
그가 마지막 고통을 혼자 감내하려는 듯
늦도록 머물기로 했던 나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웅크리다
공원을 걷다가
외진 벤치에 웅크리고 앉은 한 사람을 보았다
노출이 긴 사진이다
춥다
아프다
외롭다는 뜻이 아니라
몸으로 얼을 말아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저렇게
며칠 전
태풍이 왔다 갔고
어느 섬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모든 꽃봉오리들도 저렇게 웅크렸다 피는 것이다
*강문출 2011년 《시사사》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타래가 놀고 있다』, 『낮은 무게중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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