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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박송이/회전목마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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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박송이/회전목마 외1편
회전목마 외1편
박송이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엄마가 울었다
나도 울고 딸도 울었다
버리는 심정으로
버려지는 심장으로
우리는 곁에 있었다
나무가 된다는 건 대단한 일이야
호스피스에서 엄마가 말했다
떨구는 몸을 닮아야 하기 때문이지
떨어지는 산소포화도가 말했다
그건 뒷굽이나 동전 가령
지우개 똥 같은 데
마음을 쏟는 일이야
향이 재가 되면서 말했다
나무는 비명을 지르지 않아
숲은 혼자 울지 않기 때문이야
오동나무 관뚜껑을 닫으며
울면서 상주가 말했다
죽은 몸보다 위태로운 건
한없는 외로움이지
남은 문상객이 말했다
참 뜨거운 인생이었어
불타면서 오동나무가 말했다
밥! 밥! 밥!
배고픈 딸이 울었다
딸이 우니까 젖이 돌았다
납골당 한여름 속에서
이파리들이 벚나무를
쭉쭉 빨아먹고 있었다
푸른 낙엽
열어야 할 문이 병실이래도
만져야 할 몸이 머리카락뿐이래도
나에게도 아픈 엄마래도 있었으면 좋겠다
*박송이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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