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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글의 가을이 진다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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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글의 가을이 진다 외1편
글의 가을이 진다 외1편
김종관
가을에 잎만 지는 것이 아니다 글도 진다 그립고 보고픈 조각들 상처 속에서 맞추며 써 놓은 글
보름달로 차오른 외로움이 흔들면 낙엽처럼 우수수 진다
그렇게 한 계절 백지로 진통을 끝내면 또 상처가 도진 편지들이 수천 장 우거져 나무가 된다
나이테 속에서 시계바늘처럼 뱅뱅 돌며 밉고 아쉬운 이파리들을 한 잎 두 잎 떼어낸다
시간은 그렇게 애증으로 싹트고 꽃피고 무더운 강을 건너 가을 끝자락 마음을 써내려갔다
끝내 잊고 가야 할 것들이기에 글이 진다 텅 빈 편지 한 장이 가지 끝에서 아쉬운 가을을 퇴고한다
미세먼지
희미한 달이
베란다 유리창 밖에 외따로이 떠 있다
마스크를 쓴 나는
들어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달은 점점 가까이 오더니
굳게 닫힌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었다
달빛이 투사되면서
달은 유리가 되었다
나는 깨끗한 수건으로
달의 얼굴을 정성껏 닦아주었다
달의 낯이
밝은 가을 달처럼
내 얼굴에 환하게 떴다
*김종관 2016년 계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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