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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홍해리/수유역 8번 출구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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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홍해리/수유역 8번 출구 외1편
수유역 8번 출구 외1편
홍해리
바람 부는 날
나 역에 나가 그대를 맞으리라.
수유역 8번 출구
그대를 처음 만난 곳.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 나오는데
그대는 보이지 않네.
한 계절이 그렇게 흐르고
한 해가 저물고 있는데,
눈도 내리지 않고
바람만 부는 한낮.
나 그곳에 나가
무작정 기다리네.
바람은 그날처럼 불어오는데
그대는 오지를 않네.
바로 그때,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이 오면
사내도 때로는 나락에 떨어져 울고 싶은 때가 있다
오동의 속살을 밤새도록 손톱으로 파는 밤이 있다
한평생이 독같이 외로운 어둠의 길이어서
울리지 않는 은자隱者의 북을 두드리면서
홀로 고요해지고 있는 저 들판의 저녁녘
너덜거리는 옷때기 한 자락 걸치고 있는
허수아비
텅 빈 가슴이 되고픈 때가 있다.
*홍해리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를 내며 등단. 시집 『투망도投網圖』, 『화사기花史記』, 『봄, 벼락치다』,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 『비밀』, 『독종毒種』, 『금강초롱』, 『치매행致梅行』,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매화에 이르는 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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