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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강미정/유월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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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강미정/유월 외1편
유월 외1편
강미정
텃밭에는
타 죽을 것 같은 마음을 부려놓고 풋것이 심지를 올린다
풋것은 초록의 맹목을 보여주는 것일까
맹신자처럼 하늘을 향한
기도를 텃밭에 촘촘하게 못 박은 것일까
반은 볕에 녹고
반은 살아보려고 오체투지 하는
풋것의 머리에 물뿌리개로 성수 같은 물을 뿌리면
당신에게 못 박힌 마음이 가장 먼저 타고
마음을 퍼낸 울음소리로 가장 늦게 우는
당신도 나도 벙어리처럼 질문을 잠근 염천을 가졌다
소리도 없이 타들어가는 우렛소리를
울음 속에 메운고
반이나 녹아 없어진 마음을 다 태우고나서야
울음도 시시해져 우렛소리도 염천도
순한 짐승처럼 핏줄에 새겨진다
꽃
벌레 물린 데가 성이 나서
침을 바르고 손톱으로 꾹꾹 눌렀다
긁어서 헌데를 보고
당신은 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꽃은
내가 가꾸던 꽃밭에서 팔뚝으로
익어 떨어진 은행에서 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에서 이마로
입에서 항문으로
가리지 않고 피워냈다
빨갛게 피워냈다
당신은 가끔 소금물로 가끔 녹두 간 물로
가끔 생쌀 씹은 물로 꽃을 솎았다
독은 독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나는 가끔 침으로 꽃송이를 꺾었다
내가 꺾은 꽃대에서는
성난 꽃이 계속 피어났다
*강미정 199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상처가 스민다는 것 』, 『타오르는 생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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