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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강빛나/치료사의 웃음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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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62회 작성일 19-06-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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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강빛나/치료사의 웃음 외1편


치료사의 웃음 외1편


강빛나



오늘도 배꼽이 빠지게


입 속에는 눈깔사탕 하나 넣고 목소리를 크게 부풀리며
내 안을 감추려 혓바늘이 돋아난 웃음


어젯밤 너는 야멸찬 눈빛을 던져놓고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는 밤새 천정만 바라보다
눈알이 박혔지만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눈빛들이 있어 물방울 소리를 굴린다


마이크에서 강물이 쏟아진다 얼른 입 속으로 삼키자 한탄강을 트래킹 하던 들숨이 얼음장 밑바닥을 들춰 여울의 옆구리를 써래질 해놓고 간다 위로 녹슨 간이역이 보이고 숨죽이는 도강을 펼치며 떠내려간 어귀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던 어린 썰매가 얼음 솟대를 끼고 빙빙 돈다 협곡의 숨소리를 타진한 언어들이 몰려온다 그 중 한 때가 날숨 자락에 얹혀 꽃피던 소리로 부풀어 오른다 불어난 웃음이 잉태한 바퀴를 달고 날쌘 썰매를 힘껏 밀어올린다


목구멍에서 녹물이 나오고
무성한 혓바늘 숲을 건너는 웃음
 
단물에 입수된 하루가 꽉 찬 슬픔을 방류한다





캄캄하면 겁부터 난다는 내게



그게 무슨 시인이냐고 핀잔이 날아왔다


어둠과 시인의 연관성을 끌고 집 앞까지 오는 사이
나를 덮어주는 대문 앞에서
아슬아슬한 치마에 동조하는 저녁은

고삐 풀린 그녀들의 젊음을 방목한다


열일곱, 야간학습을 끝내고 돌아오던 내 밤길은 길었다
검은 그림자가 뒤따르던 골목길에서
아무집이고 들어가 가슴을 쓸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지켜주지 않는 도시에 껴 환한 길만 찾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어느 별의 여인은
신나는 호리병 엉덩이를 씰룩이며 홍대를 가고 있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는 눈빛을 채우고
사방 호기심이 진동하는 어둠 한가운데로 간다
발끝은 별빛을 끌어 모아 리듬을 타고
나풀거리는 머릿결로 불빛을 가리는 완벽한 하모니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스물네 번째 자리에 옮겨 놓으라는 듯
단박에 사라진다


 나는 지금 몸의 말을 들으러 불빛 속으로 가요
 몸도 때론 놀 곳이 필요하고 놀 곳은 에너지를 먹어요


겁 없는 여인은 겁 없는 밤을 운반해 도시 한복판에 모은다
부러운지 기막힌지 모르는 내 굳은 의지는
뒷모습을 스캔해 무채색의 벽면에 바른다
딱딱한 걱정이 새 나오는 새벽 옆구리는 잠을 헤쳐 놓고
누런 정적은 눈빛을 갉아먹고 
동공이 창에 붙었다 떨어지는 이 날 선 어둠,


아직 오지 않는 것과 잠들지 못한 밤이
내내 물러나지 못하고 있다





*강빛나 2017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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