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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탁경자/갈대숲에서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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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탁경자/갈대숲에서 외1편
갈대숲에서 외 1편
탁경자
새떼가 하현달 아래서 기침을 하며
울음을 부리에 달고 온 것은
갈대의 왼쪽 가슴이 있기 때문
갈대가 새들의 젖은 날개를 말려주고 있다
바람의 자국을 안아주고 있다
달문이 열리자 서둘러 귀가한 밀물이
부지런히 밥을 짓는다
구멍마다 밥물에 뜸을 들이고 있는 뻘밭
숲에서 깨어난 새들이
지친 날개를 퍼덕이며 움켜진 배를 채우자
상처 난 새의 지문들이
물의 비늘 사이로 천천히 빠져 나간다
무수한 발자국으로 지어진 새들의 집
지었다 곧 허물어지는 물결 너머로
갈대가 심어 놓은 사랑의 알약을
새들이 눈물로 찍는다
진달래꽃
아버지는 어중 잡이셨다
등 지게를 지는 날에는
등에 붉은 반점을 만들어 오고는 했는데
그래서 어머니가 나무 해오는 날들 많았다
어떤 날은 매서운 산주인에게 들켜
솔꺽정이 뺏기는 날들도 많았다는데
그럼 산 너머 그 너머로 가
기어이 산채만한 솔단을 머리에 이고 오셨는데
풀섶 꼬불꼬불 거친 산길을
달이 훤히 따라와
휘청거리는 걸음 일으키며
길잡이로 나서더라고
지친 나무등이에서는
진달래가 꽃등으로 피어 있어
어머니, 허기진 마른 입술을 꽃물로 적시면
초가집까지 들어와 굳은 목을 풀어 주었다던
진달래꽃 붉어 서러운 봄, 밤이었다
*탁경자 2017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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