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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조태명/사각 방정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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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조태명/사각 방정식 외 1편
사각방정식 외 1편
조태명
산고産苦는 사각의 틀 속에서 시작되었다
책과 공책, 바닥과 천장, 구성과 구도
변화를 용납하지 않는 게 사각이다
낡은 바람이 만들어 놓은 사각은
자벌레의 울음도 가둬놓는다
사각은 바람의 횡포를 기억한다
가뭄으로 고사시키려 했고
장마로 익사시키려 했던
폭설로 압사시키려 했고
한파로 동사시키려 했던
바람은 구름으로 불을 만든다
불은 나를 굽는 동안 초연해 있다
불을 먹어야 태어나는
증발이 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육체
사각이다
나무도
자신을 쪼개고 빠개 널빤지가 된다
내 몸은 널 뺀 거기에서 해체를 준비한다
먹힘으로써, 버려짐으로써
비로소 자유를 자연분만 하는 자란벌레
홍점알락나비의 기억
태양이 노랗게 색칠하는 홍점알락나비 집
새 그림자 내려와 가슴 철렁이게 하는 팽나무 끝자리
웅크린 셋방을 불안한 눈빛으로 낮별이 들여다보네
가려움으로 뒤척이며 거친 밤바다를 건너고
우울한 날이 널브러져 가쁜 숨을 토하지
숙주인 줄 모르고 숙주가 되어버린
체액이 빠져나가고 검은 별이 영혼을 헐게 하는 밤
기생벌 새끼들 심장을 갉아 먹고 짝지으려 몸단장하면
하늘은 새털구름 모아 봉분을 꾸미네
숙주가 있음으로 황홀한 탄생과 부활이 있다고 말하지
얼어 죽지 않는 잔인한 기생의 뿌리
나비가 되어 신접살림 집들이하려던 꿈
껍데기로 남은 팽나무 거기에
애벌레 기억이 안개비로 떠도네
*조태명 2018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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