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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기획시노래/나유성/노랫말과 서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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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69회 작성일 19-06-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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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기획시노래/나유성/노랫말과 서정시


노랫말과 서정시
― 강우식 시 「작별」


나유성



온 천지가
미역바다이면
뭐해.


세상이
꽃 타버리면
뭐해.


황사바람 이레
몸 풀은 새댁


미역 한 타래
물 담그면
바다를 말려버릴
그리움.


아 바다를 말려버릴
그리움.


아기의 눈은
파아란 하늘 한 자락과
진달래, 개나리는 보았어도
아직
아버지는 못 보았다.


―강우식 시 「작별」




2007년, 3월 6연의 19행 자유시 「작별」을 만났다.
모일 모시에 돌아오리라 약속을 하고 떠난 남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여러 해 피고 졌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꼭, 다시 오리라던 그 남자의 악속을 가슴에 안고 그 이의 아이와 함께 바라보는 바다의 비릿한 풍경과 화려하게 피고 지는 산과 들의 아름다운 꽃들 위로 파랗게 빛나고 있는 하늘이 무슨 의미가 있으련만, 그녀는 오늘도 그리움 한 자락의 끈을 잡고  희망을 놓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했던 일들이 황사바람처럼 뿌옇게 스멀거린다.
강우식 시인은 강원도 주문진에서 출생하여 성균관 대학교를 졸업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동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가 정년퇴임했다. 1966년 《현대문학》에 「박꽃」, 「사행시초」 등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강우식 시인은 초기에 ‘시는 오르가즘이다.’라는 명제를 앞세우며 한국시에서는 보기 드물게 에로티시즘 시를 선보였고, 4행시의 형식을 통해 한국어의 호흡에 맞는 시의 리듬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중기에는 민족과 역사, 그리고 서민들에 대한 애정을 연작 장시들을 통해 표현해 냈다. 후기에는 「바다」, 「파도」, 「고향」, 「산」 등을 소재로 삼아 고향과 삶의 근원을 연구하며 표현해 왔다. 아마도 「작별」은 후기에 쓰신 작품이 아닌가 싶다.
시를 노래로 만들려면 행을 정렬하여 6행이나 8행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중가요는 1테마가 2행을 기초로 하는 A-B-C의 악곡형식을 갖기 때문이다. A-B-C의 악곡 형식이라면 6행이어야 하지만, A1-A2--B-C의 악곡 형식이라면 8행이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위의 시를 연을 무시하고 행을 정렬하니 짝수인 8행이 되었다.







온 천지가 미역바다이면 뭐해.
세상이 꽃 타버리면 뭐해.
황사바람 이레 몸 풀은 새댁
미역 한 타래 물 담그면 바다를 말려버릴 그리움.
아 바다를 말려버릴 그리움.
아기의 눈은 파아란 하늘 한 자락과
진달래 개나리는 보았어도
아직 아버지는 못 보았다.


떠나간 사람은 말이 없고 남겨진 사람 또한 말이 없다. 막연한 그리움 속에 피어나는 외로움과 기다림만 있을 뿐이다. 화자는 처음부터 화가 나 있다. 설령 그가 돌아온다 해도 XX를 찾으며 내칠 기세다.


노래를 하는 것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진솔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슬픈 노래일수록 슬프게 노래를 부르면 안 되듯이, 아픈 노랫말일수록 아픈 감성을 배재하고 멜로디를 만드는 것이 듣는 이로 하여금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단조의 음계를 써서 초연한 슬픔을 기본으로 하고, 강인한 여성적인 모성애와 기다림에 지쳐 화가 나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ROCK 리듬으로 첫 소절부터 상향진행 음계를 써서 노래를 만들었다.


“온 천지가 미역바다이면 뭐해!”


노래를 들어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래를 만들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6.25 사변 이후 자식 둘을 혼자 키우다 3년 만에 아버지를 극적으로 만났을 때의 어머니 마음이 그랬을 테고, 결혼하기까지 여러 번 헤어지고 만났을 때의 아내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붉은 해 떨어지는 미역 가득한 바다를 향해,


“이 나쁜 놈아”


라고 소리치는 한 여자의 모습이 아이의 눈 속에 투영된다.





*나유성 경희대 노래지도자과 주임교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원, 교통방송 ‘우리는 교통가족’, 경인방송 ‘iTV 열전가수왕’ 등 진행. 한국장애인문화예술인협회 예술상, 통일예술제, 청소년예술제, 도시군단위 가요제 등 심사활동. 레코딩 스튜디오 엔터네인먼터 ‘REFILL SOUND’ 대표. 시를 노래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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