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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강윤미/오후 3시에 만난 당신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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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강윤미/오후 3시에 만난 당신 외1편
오후 3시에 만난 당신 외 1편
강윤미
오후 3시에 만난 당신은
어제저녁 7시의 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방금 만난 나를 보고 알은 체 한다
쳇 당신이 뭘 알아
내 입꼬리는 당신의 말에 빈정거리며
싱글거리며
이 찻잔 참 이쁘네
비에 젖은 꽃잎처럼 차는 향기를 죽이며 깊어진다
매력적이야, 당신
오늘 처음 만난 당신과 나의 슬픔은 닮지 않았으므로
다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
차를 감싸는 뜨거운 김처럼 둥글게 말아가며 구부러지는 골목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려서 헤매는 꿈을 꾸었지
잃어버린 시간을 주워 나는 다시 어른이 되었고
커피는 커피잔에 얌전히 담겨 있지
이제 당신은 방금 만난 사람이 아니어서
사과꽃에서 사과가 되는 과정과 사과가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시간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네
3시에 당신과 나는 간절한 포옹으로 서로를 따돌리고
오후 3시만 나눠 갖기로 했네
비밀 파이
비밀스러운 작당을 한 파이
노릇하게 익은 밀가루 반죽만 보이도록 은폐하고
내용물을 감춘 파이
파이 속에 들어간
파이
파이는 어떤 맛을 사랑할까
방울토마토 체더치즈
블루베리 채 썬 사과
온갖 재료를 그러안은 파이
식욕마저 다독이며 멀리 따돌린,
그렇게 믿고 싶은 식욕의 저녁
당신의 생각은 어떤 냄새가 풍길까
파이를 한 입 베어 물면서
노래가 되지 못한 노래를 부르고
당신이 되지 못한 당신의 가능성을 표절할 수도 있지
당신의 말은 어떤 색깔을 입었을까
불어를 하며 턱을 매만지고
일본어를 하며 커피를 마시는
다른 날씨를 가진 당신들의 언어
파이를 파헤치는 포크와 칼
비밀 파이의 비결은
당신이 시인인 줄 몰랐다는 데 있다
*강윤미 201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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