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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조향옥/어둠은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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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조향옥/어둠은 외1편
어둠은 외1편
조향옥
어둠 속에서 어둠이 밀려온다
김 씨는 공사장 비계로 어둠을 받치고 있다
구멍 난 신나통에 불을 붙이고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본다
쇠파이프를 세워 관절에 볼트를 채우는 것이다
종이컵에 커피 봉지를 담가 휘휘 저으면
누워있는 아내와 병원비가 뒤섞이고
깊을수록 불똥은 안타깝다
페인팅 면장갑처럼 몸을 뒤집어 웅크린 밤도
잠들지 못하는 밤도 캄캄한 것이다
김 씨는 공사장에 혼자 앉아 불을 지핀다
신나통 툭 치면 파르르 떠는 불똥
망연자실 보다가 종이컵 불 속에 훅 던지고
쇠파이프 집어 든다
오늘은 더 높이 볼트를 채우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살아온 어둠의 방식이다
토분
슬레이트 개집 위에 앉아 있었다
토분
한 줌의 흙만 있었어도
키 작은 채송화 한 송이는 피울 수 있었는데
달빛을 마셔도 휘청거렸다
환삼덩굴 밑에서 나온 부연 꽃가루들이
꽃 환영처럼 날아다녔다
빗물이 슬레이트를 칠 때마다
토분
외로움을 덧대어 입고 기다렸다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된다
달빛을 마시며 밤을 견디고 있다
아,
하고 입을 벌린 채 따라 나설 것이다
*조향옥 2011년 《시와경계》로 등단. 시집 『훔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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