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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김용균/내 고물차 닦기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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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김용균/내 고물차 닦기 외1편
내 고물차 닦기 외1편
김용균
새로 뽑은 신차가 보기도 아까워서
아무리 조심조심 굴려도
여기저기 상채기를 입어가며
위태로운 거리를 지치도록 달리다가
그르렁대는 소리 익숙해질 쯤이면
내 차는 이제 그냥 탈것이 아니다
시골집 툇마루에 앉는 것마냥
저절로 아늑해지는 별 것인 줄 모르고
그만 좀 바꾸자고 투정대는 아내 앞에서
모처럼 뽀얗게 차 좀 닦아보자
한 십년은 젊어 뵐 거라고
당장 센머리나 염색하라지만
이 머릴 얻느라고 육십 평생 걸렸는데
대번에 손사랠랑 치면서
오늘은 맘먹고 차를 닦자
내 차는 낡은 게 아니라 늙은 것일 뿐
고운 센머리가 그러하듯
잔잔히 빛을 내는 중
동백마을 할머니
제주 남원읍 동백마을에
오십 줄에 혼자되신
아흔 다섯 살
한씨 할머니의
하루
한 줄짜리
일기
돔박 줏고
오날도 돔박 줏고
밀감 따고, 반찬 사오고
노인작업하고
무럽 아퍼 병원 가고
비 오고, 성경 익고
오날도 비오고
제주 섬에 사노라면
허허바다가
가슴속에 깃들여
그날그날이
된바람뿐이어도
밀물이 가고
썰물이 오고
*김용균 2014년 『낙타의 눈물』로 활동 시작. 시집 『능수벚꽃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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