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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특집/김성규/청소년 흐름과 고민해볼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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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특집/김성규/청소년 흐름과 고민해볼 문제들
청소년 흐름과 고민해볼 문제들
김성규
1. 청소년문학의 정체성 문제
동시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지나간 후 동시단은 한결 풍요로워 진 듯하다. 《동시마중》이라는 잡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동시가 발표되고 있으며 동시집의 출간과 함께 인문학적 열풍의 영향으로 글쓰기 수업이 확대되고 ‘어린이들과 동시 쓰기’ 수업 등이 단기적으로나마 개설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출간되는 청소년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청소년시란 무엇인가 정체성 또한 확립되지 않았다. 청소년문학이란 청소년들을 주체로 삼아 청소년들에게 읽히기 위한 문학으로 대부분 인식하고 있으며 청소년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청소년소설의 정체성에 대해 묻기 시작했지만 청소년시는 아직 정체성을 묻기에는 걸음마 단계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청소년소설은 많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청소년시는 부족한 상황이고 그동안의 청소년시가 ‘교육으로서의 문학’ 역할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도 모색이 필요하다. 과거 청소년시는 청소년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의해 쓰여진 경우가 많았고 모순된 현실 속에서 교사들의 고민을 담거나 청소년들에게 부당한 현실을 알려주는 역할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방황, 혹은 모순된 사회에서 착취당하는 청소년은 대부분 사회 모순의 반영으로 결론지어졌을 뿐 그들의 삶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청소년문학의 테두리를 한계 지으면 소재가 좁아지겠지만 동시에 한계 짓지 않는다면 어떤 것을 청소년문학으로 선정할지 모호하다. 따라서 그동안 출간된 청소년시집들을 소개하며 청소년시의 흐름을 개략적으로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2. 80년대 출간된 청소년시집들
1)시인들이 쓴 청소년시 , 『내 무거운 책가방』(실천문학 1987)
청소년에 대한 관심, 교육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쓰인 책으로 『내 무거운 책가방』(실천문학, 1987)이 있다. 학생, 학부모, 전직ㆍ현직교사 43인의 시모음집이며 시인들이 발표한 시중 청소년이나 학교생활을 소재로 쓰여진 시들을 엮은 책이다. 이후 2010년 시들을 일부 변경하고 13명의 학생들의 시를 수록해 개정판을 냈다.
1987년데 출간한 시집이 주로 통일문제, 빈부격차,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았다면 개정판은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보다 부드러워졌으며 동시에 변화된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시들이 많아졌다. 환경오염문제(「배부른 인사」, 이안)와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굿모닝 베트남」 최영철, 「외모」 하종오), 탈북자 문제(「매일같이 힘든 나날들」 설○○청소년) 등이 추가되어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와(지각, 입시제도의 변화, 왕따, 핸드폰으로 인한 갈등) 사춘기의 특성(이성교제, 가출, 대중문화와 외모)과 고민 등이 담겨있지 못해 아쉽다.
첫 시집과 개정판의 부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1부 우리의 소원, 2부 식민지의 국어시간, 3부 누나는 못 배워서, 4부 내 무거운 책가방, 5부, 보충수업 10년
개정판
1부 학교 가는 길, 2부 이웃, 3부 미쓰호산나, 4부 무기를 식량으로
『넌 아직 몰라도 돼』 신지영 글, 박건웅 그림(북멘토 2012)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으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 청소년의 목소리로 시를 쓴 책이다. 시와 함께 매 시마다 해설을 담고 있고 흑백의 그림도 들어가 있다. 1부는 아동노동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바느질의 여왕」은 축구공을 만드는 어린이의 이야기이며 「진짜진짜 달콤해」는 카카오 열매를 따는 어린이 이야기인데 EBS 지식체널을 각주로 달았다. 「절룩거리는 꽃」은 길에서 꽃목걸이를 파는 아이 이야기. 2부는 우리사회의 빈곤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사회의 양면성 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에만 있는 거야」는 어느 정치인이 가난한 사람들은 텔레비전에만 나오는 이야기라고 발언한 것을 풍자해서 썼고 강제로 철거당하는 마을의 아이가 벽에 쓰여진 ‘강제철거예정지역’ 이라는 글자를 읽자 아이의 누나가 “넌 아직 몰라도 돼”라고 말한다. 아동학대나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의 모습들도 담겨 있다.
『학교는 입이 크다』, 박일환(한티재 2014)
현직 교사이며 시인인 박일환의 시집이다. 학교생활에서 겪는 불평등과 함께 학생과 교사간의 평등문제도 함께 담고 있다. 「질리십니까」에서는 교무실 청소를 학생들이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
「슬픈 ㄹ」에서는 소나무와 솔나무의 합성어에서 ㄹ이 빠져나간 이유와 이혼한 부모가 재결합하며 자신을 버린 이야기, 「정답이 뭘까요?」 안에는 시험문제의 형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 「컴사를 날려라」는 아이들이 말을 줄여서 하는 언어습관 등에 대해 썼다. 이런 형태의 언어습관 등을 테마로 한 부를 구성해도 좋을 것 같지만 나머지 시들은 대부분 다른 청소년 시들과 유사하다. 「나도 변태일까?」는 몽정을 하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쓴 시, 「좋아하는 마음」에서는 ( )안에 ㅇㅇ를 좋아한다는 말을 채워 넣으라고 했는데 좋아하는 아이가 자기 이름을 안 넣어서 토라진 모습 등을 담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가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엔 삐딱하게』(창비 2015)
전현직 교사 출신 시인들과 시인들의 시 모음집이다. 청소년시집으로 출발했다는데 의의를 두어야 하며 청소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깊이 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보편적인 이야기, 자신의 고민 등을 시로 녹여내고 있다. 최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순에 대해 이야기한 남호섭의 시는 세월호 추모집회에 간 학생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쓰고 있다. 박성우의 시는 『난 빨강』에서 청소년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담아낸 것처럼 이번의 시도 가출을 하고 돌아왔는데 정작 부모는 가출한 줄도 몰랐다는 내용 등을 시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화장하는 청소년의 모습,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 부모의 잔소리 등에 대해 쓴 시들이 재미있다. 배수연 「나의 프랑스식 엄마」에서 아이가 프랑스식 엄마를 입양했다는 전도된 이야기를 상상력이 뛰어난 시를 담고 있으며 다른 시들은 환상적인 그림을 연상하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소재는 청소년에 가까워 보이지만 어른의 시와 청소년시의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시라는 것이 한정된 소재와 주제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이삼남 「짝사랑」은 친구들과의 조화에 대해 썼으며 교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시들이다. 이 시집 이후에 새로운 시대와 모순 속에서 고민하는 청소년의 모습, 과거와 다른 언어습관, 생활의 모습 등이 담긴 청소년 시들이 더 필요하다.
『악어에게 물린 날』, 이장근(푸른책들 2011) 『나는 지금 꽃이다』 이장근(푸른책들 2013)
이장근의 시들은 대부분 시적 완성도가 뛰어나고 재치가 있고 읽고 난 후에 미소가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첫 시집 「꿘투」도 잘 이해되는 시들이며 열린 결말보다는 시의 완결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런 장점은 청소년 시집에도 잘 나타난다. 다른 시집들이 비교적 무거운 내용을 가지고 썼다면 이장근의 시는 유쾌한 것이 장점이다. 첫 시집은 대부분 어떤 테마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두 번째 시집에서는 전반적으로 국어교사의 장점을 잘 살린 시들이 많다. 「슬픈시점」은 1인칭 주인공, 관찰자 등에 따라 짝사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고 「애교 떨어 미안해」는 국어시간에 배우는 비유법(직유, 은유, 의인, 활유 등등)을 가지고 쓴 시 「이해가 팍팍 돼」는 소설의 구성단계를 가지고 쓴 시들이다.
『소크라테스가 가르쳐준 프러포즈』, 김미희(휴머니스트 2015)
1부는 수업과목과 연관된 시들이 많다. 각 교과목의 특성과 경험을 연결해 시를 쓰는데 「꿈속에조차 따라와서」의 경우 꿈속에서 잃어버린 신발을 찾기 위해 함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2부의 「엄마가 화난 시간을 구하시오」도 비슷한 방식이며 국어교사인 이장근 시인의 청소년 시집과 비슷한 방식으로 시를 전개하고 있다. 시의 소재도 여성들의 일상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용도변경」의 경우는 런닝머신과 책상이 빨래 건조대로 쓰이는 내용이며 「파프리카」는 시든 파프리카를 다시 싱싱하게 만드는 법, 「봄꽃의 컴백 무대」는 꽃이 피어나는 이유는 태양과 빗물의사의 재능기부라는 내용이다. 5부는 철학자들의 명언이나 에피소드를 시로 썼으며 이 책의 제목도 5부의 내용 때문에 지어졌을 것이다. 「프러포즈-소크라테스 악처 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나랑 사귀자,/나랑 결혼도 하자/너를 역사에 길이 남을/철학자로 만들어줄게//바가지 긁는 거라면/자신 있어” 이 시에서 볼 수 있듯이 유머가 넘치는 시이지만 동시에 청소년들이 읽기에 너무 가볍게 읽히지 않는가 비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쾌한 내용과 함께 분홍색 책표지와 분홍색 표지 글씨, 인상적인 제목으로 인해 시는 무겁고 진지해야 된다는 오해를 떨치고 독자들이 부담 없이 책을 펼쳐 볼 수 있다는데 강점이 있다.
2)청소년이 쓴 청소년시
『있는 그대로가 좋아』, 이상석 엮음(보리 2005)
1985년 「여울에서 바다로」(온누리)에서 일부 시들을 다시 뽑아 출간한 책이다. 부산의 중학교 학생 67명의 시이며 표지그림이 선화예술중학교 2학년 학생의 그림이다. 부산지역이라 바다나 자갈치 시장 등의 모습이 보인다. 시적 다양성 면에서 지역의 색깔을 살린 이러한 시집들이 앞으로 더 필요할 것이다.
『버림받은 성적표』, 구자행 엮음(보리 2005)
1998-2004년까지 가르쳤던 고등학교 아이들의 시를 엮었다. 부산 강서고, 부산고등학교, 부산 상고(개성고등학교로 명칭 변경)학생들의 시이다. 「담배」 담배 때문에 선생님한테 맞아 화가 난 내용을 솔직하게 쓴 시, 부모님의 고단한 모습 「배달」 어머니 가게에서 배달을 나갔는데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난 사연, 「주한 미군에게」 이 시 외에도 2002년 당시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 대한 비판 등이 인상적이다. 소재가 공부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인문계(입시) 상고(어려운 가정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살아있다면 리플』, 이낭희 엮음(휴머니스트 2008)
저자는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재직 중이며 ‘청소년을 위한 본격문학감상창작사이트’에 올린 글들을 역은 책이다. 청소년들의 시와 그에 대한 10줄 정도의 짧은 해설을 같이 담고 있다. 백일장 수상작들도 있으며 시와 그림이 같이 들어가 있는 시집 이다.
3.한계점과 가능성, 고민해볼 문제들
비슷한 소재와 농촌에 한정된 공간
청소년 시선이 계속 출간된다면 앞으로 소재가 비슷해서 다른 시집들과 차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현재까지 출간된 시집들도 청소년시라는 테마 때문이기도 하지만 살아온 경험치가 비슷하기 때문에 시의 내용도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입시나 성적, 사춘기, 빈부격차로 한정된 소재들을 보다 다양하게 넓혀야 할 것이다.
현직 교사들의 시들은 대부분 이해하기 쉬운 시들이라 공감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반면 교사들이 살아왔던 시대가 20-40여 년 전 이었기 때문에 지금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면이 있다. 시의 배경이 농촌의 현실, 개인의 과거 경험에서 시를 쓴 것들이 많다. 최근의 청소년들은 농촌에 살고 있더라도 직접 노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주거환경도 변화되어 농경 생활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며 식물, 곤충들에 대해 대부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변화에 맞게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문화계의 흐름중 하나가 페미니즘과 젠더 문제이듯이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세대와 성별, 직업, 성장과정, 지역 등에서 다양한 필자들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특색 있는 지역(제주도나 섬 지역, 농촌, 공장지대, 광산촌, 다문화환경, 자갈치 시장이나 시장이 인접한 곳)에서 살고 있거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작가들 혹은 그런 정서와 소재가 앞으로의 청소년시에 필요할 것이다.
긍정적이며 낙관적으로 그려진 청소년들의 모습
청소년들의 모습이 대부분 긍정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순박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교 현장의 모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학교 내의 왕따나 학교폭력 등은 어른들의 모습과 비교해도 다르지 않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청소년에 대한 따듯한 시선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청소년 시가 쓰일 필요도 있다.
다양한 청소년들의 문화
언어문제, 욕설과 이모티콘, 줄임말 등을 많이 쓰는 문화에 대해 어른 들이 잘 모르고 있으며 이런 문제를 자세히 알고 있는 시인들은 주로 교사들이다. 또한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고 미디어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의 옷차림이나 화장 등 외모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절대적 영향 아래에서 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그런 모습들이 청소년 시에 잘 보이지 않으며 대안적 생활상이 지나치게 미화되는 경우, 청소년들의 꿈은 무조건 응원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들이 청소년 시에 많이 보인다. 가출 청소년,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홈스쿨 등의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소외된 청소년들의 모습과 평범한 청소년들의 모습이 시로 형상화 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청소년 시집들이 출간되고 있는 만큼 작위적이라도 어떤 상황을 테마로 쓰거나, 직업에 대한 테마 시집 등도 필요한 상황이다. 80년대는 사회의 모순, 입시, 분단문제, 빈부격차 등에 대해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시들은 많이 써졌으므로 2018년 이후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교육적 목적과 함께 재미있게 읽히는 시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성규 2004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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