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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소시집/윤은한/할미꽃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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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95회 작성일 19-06-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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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소시집/윤은한/할미꽃 외 4편


할미꽃 외 4편


윤은한



빈 들판에 살얼음 녹으면서
봄바람이 살랑살랑
마을 어귀에는
계절을 잊은 꽃들이 피어난다
  
제비집은 지푸라기만 맴돌고
늘어진 주름 사이로


고개 숙인 회한을 흘러보낸다 

황혼의 껍질이 탈피를 한다
얼굴에는 보톡스
손톱에는 네일아트


머리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흐른다

청보리 익어가는 들판에
밭고랑이 줄을 서면
호미 들고 벌떼처럼 일터로 나간다


철새들이 찾아와서
쪼그라진 가슴에 이름표 달아주고
소식 없던 핏줄이 왔다 가면  
줄줄이 사탕을 빨면서 울음을 엮는다



폭우



광란의 번갯불에
비바람이 몰아친다
찢어진 버드나무 아래
누런 강물이 출렁인다


배고픈 강물 속에
돼지가 떠내려가고
냉장고가 떠내려가고
부러진 소나무가 떠내려 간다


비바람치는 골목길
넘어진 가로등 속에
전깃불은 길을 잃었다


어둠 속에 축축해진 성냥갑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다 광란의 번갯불에
비바람이 몰아친다
찢어진 버드나무 아래
누런 강물이 출렁인다


배고픈 강물 속에
돼지가 떠내려가고
냉장고가 떠내려가고
부러진 소나무가 떠내려 간다


비바람치는 골목길
넘어진 가로등 속에
전깃불은 길을 잃었다

어둠 속에 축축해진 성냥갑
아궁이 속으로 들어간다




경매시장



왼쪽 팔 일천만원
오른쪽 팔 이천만원


왼쪽 무릎 삼천만원
오른쪽 무릎 사천만원


어두운 귀 일백만원
구부러진 허리 이백만원


핏줄과 저승사자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시작된다


세찬 바람과 파도에 삭은 것은 유찰
노동에 구부러진 허리는 쇠말뚝 박고 낙찰
어두운 귀는 보청기보다 값이 낮아 유찰


지문 없는 손가락은 계산기만 두드린다





조각



바람에 쓰러진 옹이
갈라진 틈으로 붓을 꽂았다


한쪽 눈을 그렸다
사시로 두 눈이 탄생한다


오른쪽 귀를 그렸다
금붕어가 태어났다
왼쪽 귀를 그렸다
호랑나비가 날아간다


코와 입술을 그렸다
마지막 눈을 그렸다


돛단배가 노를 젓는다
인생이 너울거린다




버드나무



 태풍으로 늙은 아버지들이 바람의 시간 따라 줄지어 쓰러졌다. 길 위에 모든 걸음과 바퀴가 멈췄다. 푸른 신호등과 붉은 신호등은 물에 잠기고, 노란 불빛들이 아우성이다. 욕지거리 날아가고 모든 전화기는 통화 중. 교통 위반 스티커와 포승줄과 수갑이 필요 없는 시간이다. 욕하지 말라, 여태껏 희망이었고 위로의 그늘이었다.





<시작메모>


시를 쓰게 한 편린片鱗



비가 새는 허름한 자취방에서 문학의 꿈을 가지고 팝송을 들으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추억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골에서 유학 온 모범 여학생의 가족 이야기와 학교에서는 중국어과 다니면서 부모님께는 영문학과 다닌다고 말하면서 손님이 오면 방안에 중국어 책은 숨기고 영문학 책들을 펼쳐놓던 머리가 길었던 남학생, 기타 치는 사람을 동경하던 키다리 은행원 아가씨, 병자호란 때 삼학사를 본받고 싶다는 운동선수, 부부싸움을 하면 어린 아기를 업고 자취방 부엌으로 숨던 주인집 아주머니의 가엾은 눈물,  문턱 마루에 책을 한 아름 놓고 가던 문학을 동경하던 여학생, 신문에 시나 수필이 있으면 스크랩하여 보던 시절 등의 추억들이 쌓여서 지금의 문학을 시작하는 바탕이 된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즐거움과 고뇌도 있었고, 시 한 편을 쓰면서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여 겸손함을 잃기도 하였다. 따뜻한 마음과 정성으로 시를 쓰고 싶다.




윤은한 2016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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