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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김성장/마차를 위하여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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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13회 작성일 19-06-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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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신작시/김성장/마차를 위하여 외1편



마차를 위하여 외1편


김성장



말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어원이 다르기 때문
바퀴를 따라 이곳까지 왔다 때로는 환멸도 없이
바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야 했다
거기 관형의 새들이 날고 있다 하였으므로
무릎에 삐걱 소리를 연결하며 왔다
다만 어느 역에선가 부사를 놓치고 왔다는 것
돌과 바퀴가 나누는 화음을 다 필사하지 못했다는 것
유형도 망명도 아닌 길 천도의 허황이 자욱한 길
고개마다 다른 덜컹과 기우뚱의 간격을 벗삼아 
언젠가 뒷걸음과 바퀴가 헤어질 것을 알고도 왔다
바퀴는 굴대를 버리고 텅텅텅텅 도랑으로 흩어질 것이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바람은 때 맞추어 먼지를 뿌려 놓을 것
그러면 먼지를 따라 달려가는 자음의 환호
그러나 그 모든 게 아무려면 어떤가
삶은 고삐보다 선명하고 길은 저리 휘어져 흐리니
역사를 둘러보며 구유를 찾지 않아도 경이는 경이
회전이여 멈추어도 모가 나지 않는 원순이여
잠시 말을 멈추고 지나온 세계를 뒤돌아보자
역사를 새로 건설하는 물품을 싣고 오지 못하였구나
둥근 것을 따라 왔는데 여전히 수평에 닿는 저녁
변형된 어순을 끌고 와서 결론을 내야하는 견갑의 고통
고삐를 앞에 두고 바퀴를 뒤에 두고 안개 속을 걸었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일체의 화음에 둘러앉지 못하였구나
갈림길마다 난무하는 이론에 귀기울였으나
새벽의 화로에는 다른 선지자들이 둘러 앉았다
솟대 솟은 마을에도 폐기된 논설들이 솟아 올랐다
저녁을 적절한 혼돈 속으로 몰아갔던 구전설화들
차라리 건설의 오류가 그들에게 붕괴를 주고
도치와 해체가 새로운 길을 저지르리라
불필요한 노동을 일으켜 세우리라 그리하여 깊게 잠들리라
나도 나의 피로를 곁에 뉘이리라
대로의 원근법을 익히는 일보다
해가 지기 전에 냇가에 닿는 일이 시급하다
바닥이 바퀴처럼 둥글어질 때까지
말이여 뿡뿡 입김을 뿜어대며 가자꾸나
아침에 시작된 주어가 저녁 서술어에 닿았으니
하루 종일 지껄인 말이 모두 하나의 문장이었으니




일체유심조



당신이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해서 농협 앞 사거리에 갔는데 시를 생각하며 집 앞을 나서는 해질 무렵 붕어빵은 시가 될 수 있지만 친누이의 붕어빵은 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 시가 되기엔 간극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사유의 어두운 뒷골목이었던 피붙이 나의 물결이었고 바람이었고 국민학교 중퇴였던 가족의 환부 통점이었고 지표였고 절망이었던 시절의 창문 김성장과 여섯 살 터울의 김성희 그 현세의 촌수가 주는 인연이 당신과 나의 존재론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죽은 붕어들이 입을 벌리고 내장에 검은 팥을 넣고 가지런히 누워 있는데 나는 가난이란 없으며 그것은 다 마음이 빚은 것이라는 법문을 움켜쥐고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 하려 했는데 아직은 겨울의 문턱 겨울을 건너려면 눈보라가 몇 번 몰아쳐야 하고 농협 직원의 위협이 있을 것인데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애비의 묵은 논바닥 지푸라기처럼 늘어진 머리카락 지푸라기보다 더 푸석거리는 머리카락을 기름에 쩐 장갑의 손으로 쓸어 올릴 때 쓸쓸함은 다 마음이 짖는 것이라고 참 쓸쓸한 생각을 했던 것인데 펄럭이는 천막의 푸른 빛이 푸르지 못할 때 시와 삶이 뒤엉켜 어지러울 때 내가 당신 의자에 앉고 당신이 밀가루를 개며 야 장사가 꽤 되는데 웃는 푸른 물결 너머로 환부가 환하게 보이는데





*김성장 1987년 《분단시대》로 등단. 시집 『서로 다른 두 자리』, 『내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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