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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김환중/시의 목을 베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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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김환중/시의 목을 베다 외 1편
시의 목을 베다 외 1편
김환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눈도 못 뜬 시의 목을
덜컥 베어버렸으나
그들을 묻어줄 땅이 없어
손에 배인 피비린내가
목을 조르곤 하였습니다
오늘처럼 봄볕이 따사로운 날에는
그들이 떠난 곳에도
풀빛 새살이 차오르겠습니다만
더운 피 감싸고도는
내 목숨도 누군가에게 덜컥 뽑힐 것 같습니다
오두막
누렇게 말라가는 옥수숫잎들
입방아 찧는 소리를 물고
이리저리 휘어진 서까래들과
검붉은 살점 드러낸 흙벽이
가을바람을 품고 있다
누렁이가 쉰 목소리를 흉내 내는 한낮
누구의 다급한 문안일까
댓바람소리가 문을 두드린다
오솔오솔 맨살을 떤다
텃밭머리 호미로 파서 생선뼈를 묻듯
기억을 묻어버린 할머니
이엄이엄 잇댄 숨을 길게 몰아쉬는 것이다
바람만 모여들던 오두막에
사람들이 북적거릴 모양이다
김환중 2016년 《문예연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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