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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기획-시노래/나유성/노랫말과 서정시― 장종권 시 「봉숭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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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00회 작성일 19-06-2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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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기획-시노래/나유성/노랫말과 서정시― 장종권 시 「봉숭아꽃」



노랫말과 서정시― 장종권 시 「봉숭아꽃」


나유성



봉숭아꽃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봉숭아꽃」 시를 읽으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 나 찔끔 눈물이 나온다. 봉의 머리를 닮아 봉선화라 부르는 꽃의 다른 이름이다.
울 밑에 피어난 봉선화꽃은 누나를 닮아 콧등을 찡하게 하기도 한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열두 살 많은 양복장이 홀아비에게 시집와서 8남매 낳으시고 마흔 나이에 과부가 된 우리 어머니는 참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 오셨다. 어린 내게 어머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셨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도 여름이면 당신의 손에, 누이들 손에 봉숭아꽃물을 들이곤 하셨다.
봉숭아꽃물을 들이시면서 단조풍의 구성진 노래를 흥얼거리셨는데 그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지금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녕 그대는 서있구나
그대는 다만 서있구나
천만년 붉은 꽃물 들이며
 옷고름 풀고 서있구나’

장종권 시인의 시 「봉숭아꽃」을 통해 이별 앞에서 수동적인 자세로 처연하게 대처하는 한 남자의 깊숙이 가라앉은 한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떠나간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가지 말라고 매달리지도 않는다.
민요 ‘아리랑’에도 떠나는 임에게 던지는 말이 나온다.
‘나를 버리고 떠나면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것은 떠나는 임을 향한 악담이 아니다.
이별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아픔도 느끼지 못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기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가졌던, 남성들에게 특권처럼 부여된 이별의 선택권에 억압되어 말 못 하는 벙어리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이별은 쓰디쓰지만
그리움은 꿀처럼 달고 달아라 ‘

이별 때문에 생긴 정신적 공황 상태를 보여준다. 서글픈 아픔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그리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기다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한국의 여인네들에겐 그것이 삶이었고 숙명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남성적 입장으로 풀어낸 것이다.
한국 국민에게만 있다는 세계적으로 희귀병인 홧병이라는 게 있다. 그 병은 참고 기다리는 한의 정서에서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깊은 한을 가슴에 빨갛게 물들이고 서있는 봉숭아꽃, 민요 ’아리랑‘보다 오히려 더 깊어 보인다. 그 깊은 한을 표현하려고 절름발이 박자인 4분의 3박자를 선택했다.
서양 12음계 대신 국악 5음계를 사용하여 멜로디를 만들었다. 4분의 3박자이다보니 많은 양의 가사가 아닌데도 12소절이 나왔다. 평소에 눈여겨 봐둔 국악을 전공한 제자 조현숙 선생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다.
노래를 부르는 그녀도 노래를 만든 나도 눈시울에 봉숭아꽃물이 곱게 들었다.


나유성 경희대 노래지도자과 주임교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원, 교통방송 ‘우리는 교통가족’, 경인방송 ‘iTV 열전가수왕’ 등 진행. 한국장애인문화예술인협회 예술상, 통일예술제, 청소년예술제, 도시군단위 가요제 등 심사활동. 레코딩 스튜디오 엔터네인먼터 ‘REFILL SOUND’ 대표. 시를 노래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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