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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김군길/느림을 가지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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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김군길/느림을 가지다 외 1편
김군길
느림을 가지다 외 1편
모두들 척척 앞서나가는 모습인데
나만 몸서리나게 뒤처져 있다
그래도 간다
굼벵이의 질주 또는
헛웃음
노력을 짓이기는 막막에게
포기할까 독백들이
느리게 간다
목이 잠기고 허파가 불타도
한 땀씩 간다
때로는 나아갈 길이 허망해 보일 때가 있다
중심이 흔들리기도 한다
느림뱅이 내 행성의 궤도는
길고
깊어진다
〈
이제 다가오는 낱알 같은 시간들
천천히 함께 누리어가리라
느림이란 통증에는
기다림을 설계하는 설렘만이
묘약이다
江에게
지금까지 흘러온 자리가
세월의 전부인 모습이라고는
말하지 말자
때로는 역류하고픈
물살에 영혼을 떨지라도
생긴 대로 지나온 만큼
네 물길이 있는 것
코스모스는 코스모스대로
저어새는 저어새대로
서로 흘러오고
흘러가는 것을
이제 앞으로 다가올 날
어떻게 사랑해야 되느냐고
격한 포화泡花처럼
괴로워하지는 말자
구태여 화려한 유영은 아니라도
네 잔잔한 물길 속에 반짝이는
물고기의 비늘 하나도
감사한 모습인 것을
지금까지 흘러온 자리가
내일의 전부인 모습일 거라고
제발 자책의 소리 가득
흐르지는 말자
*김군길 2016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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