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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이기종/건빵에 난 두 구멍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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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이기종/건빵에 난 두 구멍 외 1편
이기종
건빵에 난 두 구멍 외 1편
건빵은 심심할 때 먹기도 하지만
전쟁 때는 살아남으려고 먹는
비상식량이다
건빵 하나를 입에 넣기 전에도
씹어 반죽할 침이 먼저 고이고
건빵 서너 개를 합한 용량의 들숨이
콧구멍을 적신다
건빵에 난 두 구멍을 유심히 쳐다본다
모래알이 빠져나올 정도로 작은
두 구멍 중에 한 구멍에다 촛점을 맞추려고
한쪽 눈을 감으면
내가 들여다 보지 않은 한쪽
저 작고 어두운 구멍 속으로도 저절로
내 따순 콧숨이 흘러든다
건빵이 구워지며 꿈틀꿈틀 숨을 쉬었을
한 쪽 구멍에다 촛점을 맞추다보면
내가 놓칠뻔한 한 쪽도 바로 잡힌다
내 콧구멍은 건빵에 난 구멍보다
얼마나 더 크고 넓은가
내 따순 콧숨을 저 작은 구멍 속으로 넣어줘야
내가 먹을 수 있다
냇가 백일홍
물살에 아롱지는
흐릿한 너를 보려고
눈 비비고 있는
내가 보인다
일그러진 네 얼굴이
바로 비칠 때까지
언덕에 쭈그려 앉아
너와 키를 맞추고 있는
내가 보인다
저기 형형한 너를 보다
얼굴 붉어진
내가 보인다
*이기종 2019년 《문예연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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