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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변재섭/파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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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변재섭/파란 외 1편
변재섭
파란 외 1편
파란의 한때
시집을 펼쳐 읽다
파란에 멈추어 서서
매콤달콤짭조름을 곱씹다
아~ 밀려드는 눈물의 파란이 문득
독일에 떨어진 파란에게는 더 이상
파란 파란이 사라진 낙엽만 뒹굴 뿐이었다고
생각의 파란이 일어
잠시 파란이 서던 내 문장에
잠시 어리던 파란이
파란처럼 떨어져 다시
파란 없는 파란의 때
그대를 만나 그래도
시집 속 파란의 문장을 혀끝에서
비단처럼 굴려 보낸 나의 파란이
파란의 파도를 일세우고
엉거주춤 파란을 끌어안은 채
결코 파란의 낙엽은 눈 주지 않으며
파란 파란을 꿈꾸던 걸 반성하며
잠시 빛나던 파란을 위안하는
다시 파란 없는 파란의 때.
향기
함박눈은 내리고
내려서는 쌓이는데
빨간 망토 머리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쓴
여자는 눈길을 걸어 숲으로 갔다
테니스장만 한 공터에 이르러
플루트를 품안에서 꺼내
가라앉은 공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무반주 환상곡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음률의 파동은 고요의 구석구석 파고들었으나
나무들이 가끔 눈뭉치나 털어낼 뿐
숲은 더욱 고요했다
격정적인 연주는 어느덧
클라이맥스를 넘어 피날레로 향하고
그때, 솟아오르는
새 한 마리 있었다 성긴 눈발의
허공 속을 날아들었다
오월 어느 햇살 부신 아침
장미는 젖가슴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한 송이 두 송이… 그 때마다
세상 속으로 날아가는 붉은 새 떼가 있었다.
*변재섭 2019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동그라미』, 『사랑에도 안개 자욱한 날이 있다』, 『강물의 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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