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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장민규/복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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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장민규/복선 외 1편
장민규
복선 외 1편
소리는 틈에 산다
창문과 창틀 사이의 비좁고 어두운 곳에
휘파람을 불며
맨 발바닥과 슬리퍼 사이에 낀 물기처럼,
안과 밖
경계에 머문다
연극 1장에서 나오는 권총은 3장에서 발사된다.*
늘 바람이 부는 청보리밭
일순간 헝클어진다
중력을 무시하고
심연에서 끌어올린 물방울은
가끔 천둥소리를 낸다
그런 밤을 지나온 적이 있다
*체호프의 법칙.
부지깽이
손을 잡고
춤을 춘다
백묵이 칠판 위에서 아이스댄싱을 추듯
제 몸을 태우며 뜨겁게 추는 춤
한쪽으로만 닳는 뒷굽처럼
다 태우지 못한 생의 그을음
어깨나 무릎 관절 어디쯤에 바르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 들어가고 있는
저 일용직 나뭇가지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임대료 공과금 지로 용지에 밀리다가
어렵게 받아 낸 임금으로 밀치기도 하면서
곤궁한 아궁이 속 숨통을 틔운다
아침 햇살
이마에 타닥거린다
*장민규 2019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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