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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안규봉/밖이 보이지 않는 창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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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안규봉/밖이 보이지 않는 창문 외 1편
안규봉
밖이 보이지 않는 창문 외 1편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장은 켜 두었다
라이트 플로럴 이퓨션,
폐 한쪽으로 물이 흘러나온 흔적이 보였고
숨이 가빠왔다
오랫동안 방치 된 채로 흘러내리는 그 마음을
너는 사랑이라 했다
향기가 바닥난 카 방향제를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불면과 불행과 불안칸에 체크한 후
젤리피시, 안개등, 벽면을 타고 오르는 넝쿨 장미
아직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고
죽음은
가운 앞에 희게 빛나고 있었다
병원1층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오지 않을 시간이,
가지 끝에서
비를 뿌리고 있었다
슬픔에 귀 기울이는 나무는 왜 이다지 굴곡져 있는가
'날개를 줄까?‘
비대한 어둠이
말했다
나는 날아가지 않는다
* 라이트 플로럴 이퓨션 :의학용어,폐나 늑막에 물이 배어 나오는 현상
창문이 너의 눈동자처럼 흔들릴 때
지나가는 것은 지나가야만 하지
흘러간 노래처럼
바람은 찬비처럼 몰려와
낡은 것들을 휩쓸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린다
그러면 우린
정지된 시간 속에서
한장의 침묵을 바라 다 보는 것이다
여름, 비명을 지를 입술은 이미 다 써 버렸다,
너의 영원한 눈빛을 조각하길 원했지만
완성은 늘 하루 너머에 있었지
서랍속의 숲,
새소리는 여전히 투명하여
나는 밤마다 얼굴을 닦아냈다
추억은 밤이 보여 준 유리창 같은 것,
의도 하지 않은
표정이 얼굴 뒤에 웃고 서 있다
내일은 또 잎들이 함부로 떨어질 텐데
불빛이 꺼지면 별빛은 자라날까
너는,
그 무성한 초록의 창속에
아직도 나를 가두어 놓는다
늙지도 않는다
*안규봉 2019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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