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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고영숙/아홉수가 마를 때까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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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고영숙/아홉수가 마를 때까지 외 1편
고영숙
아홉수가 마를 때까지 외 1편
살 부러진 우산이 떠도는 건
지명이야 꼬리 한 점
내 꼬리가 길어진 건 너 때문이었으니까
이 사랑은 어쩌라고
아홉수도 넘겼는데
하마터면 몸을 던질 뻔했잖아
바람이 작정하고 내 몸에 칼집을 낼지도 몰라
자국이 선명한 불장난
아홉수를 수놓아 완성하고
나무젓가락처럼 우린 서로가 쉽게 부러지고
동서남북 손 없는 얼굴들이 몸을 바꾸어
늘 같은 이름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네가 물어온 오늘 뒤에 숨은 달이
두 개의 기억에 걸려 있고
넌 철마다 몸을 바꾸는 문장
내가 쓰는 평생의 문장
각주를 달지 말고
나의 아홉은 견고할 것
기우杞憂
-호랑이 해봐
-고양이
-아니 고양이 말고 호랑이
-고양이
-근육이 덜 익었구나
자정에 태어난
너는 정이 많은 아이
올 때마다 질문을 바꿔
우상을 가위로 오려 옷을 입히고
그림자를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이따금 울부짖다가
서걱거리는
종이호랑이
*고영숙 2020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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