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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우주/메를로퐁티의 마스크* 현상학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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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25회 작성일 23-01-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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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신작시/우주/메를로퐁티의 마스크* 현상학 외 1편  


우주


메를로퐁티의 마스크* 현상학 외 1편  



열차가 도착한다

탑승조건은 질문하지 않는 것이다

모두 입을 막으세요

대신에 아무나 타세요


문이 닫히면 

어디로 가느냐고 물을 수 없으리

총알보다 더 빨리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을 약속받고 

그 세계에 사랑이나 눈부심이 있는지 묻지 않기로 한다

젖은 신발을 말릴 수 있는 태양과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행방불명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숙련된 기술로 마스크를 쓰고 

긴 의자에 앉아 지루한 의학서적을 보고

땀이 흘러 축축해져도 마스크는 단단하다

행여나 질문이 흘러나올라 

자주 콧잔등을 누른다


고도를 기다려도 될까요?

눈물은 흘려도 되나요?


자리에서 일어나 열차 밖을 본다
길과 눈이 마주친다
고독한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길이 하늘을 지키고 있다

열차가 사라지는 내내 길이 나를 본다
                                     
  *메를로퐁티:프랑스의 철학자, 몸과 지각에 대한 현상학적 철학이론을 펼침.




불친절한 밤


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밤은 혼자였고 나도 혼자여서 오랫동안 서로를 지켰다 
시시한 옥상 위에서 위험한 관계를 넘나들며

여인숙 앞에서 옥신각신 하던 연인
여자는 스위치처럼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남자는 두 손을 잡는다
컴컴한 골목에 고성은 점등되고 어느새 대낮이 되지
그만해!
외침은 자주 밤을 찢어버리곤 했어 
그녀의 밤은 그녀를 지켰을까 궁금해 
오랫동안 골목을 내려다보았다
여인숙은 매일 밤 사람을 잃어버리고
긴 생은 짧은 골목에 갇힌다

끝을 알 수 없는 불친절한 밤

오해와 착각이 문신처럼 밤에 새겨지면
내일을 기억하지 않은 죄명이 생기곤 하지

밤이 귀찮아, 발로 툭툭 차버리고
나는 빈 방에 돌아와 맘껏 즐거워진다




*우주 2020년 《시와경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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