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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소시집/우동식/월호도 달빛 스캔들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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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674회 작성일 19-06-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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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소시집/우동식/월호도 달빛 스캔들외 4편



월호도 달빛 스캔들외 4편


우동식


잉태한 산産달 창백한 얼굴 복사한 출력물이다
달거리를 앓고 있던지 달의 무리로 번역 되겠어
추월秋月이란 달의 이력도 속도위반
달려드는 구름의  유혹을 달통하게 뚫고
제 길 꽉 차게 달려 온 슈퍼문 달인
구름은 달갑지 않지만 길을 열어주었어
궤도를 일탈한 달의 눈빛이 호수에 달라붙고 달구치자 
담박에 호수는 달을 품고 달구어지기 시작했어
달뜬 마음 염문으로 후끈 달아올랐어
호수는 홍조紅潮로 물들었고
달의 가슴은 깊고 오묘한 소용돌이에 푹 빠졌어
초점 잃고 몽롱해진 달빛 오르가즘에
잔잔한 호수도 출렁, 달달했어
달님 되어  보름에 한 번씩 제 집 마냥 달창나게 들락거리며
스스로 사랑이 깊어지는 섬을
월호도月湖島*라 해
그 섬 달동네 담장 밑 달맞이꽃이 필 때 쯤
마을사람들은 달집을 짓고 등기 이전하려는데
달月, 호수湖, 섬島은 놓아두고도 어울려 잘 살고 있다고
달빛 물빛 숨 가쁘게 마구 풀었어
영월정迎月亭 포구의 달 빚는 나는,
달빛이 나르시어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을 목도했어 


* 월호도: 전남 여수시 화정면 월호리에 있는 섬.



바다슈퍼


바다의 문이 열리면 슈퍼의 문도 열린다
밤낮이 따로 없는
적금도* 바다로 입문하는 구름 선착장
화양면 벌가포구에는
출정을 기다리는 배들이 미사를 올릴 때
바다를 허리춤에 두르고 사는   
오두막집 한 채가 오도카니 앉아
빙어 떼로 헤엄치는 구름의 깃털을 헤아리며
일기를 점쳐 보곤 하는 것이다
눈썹을 치켜 뜬 처마 끝이 해돋이와 조우할 때  
바람의 아들들이 한바탕 모였다 흩어진다
컵라면 김밥 커피 소주 막걸리……
그리고 낚시 채비 몇 가지
딱 있을 것만 있는 속이 꽉 찬 바닷가 밑바닥 슈퍼
낙지 몇마리 악착스럽게 고무다라에 붙었다
바다를 조리해 맛들인 삼십년
손끝 야무지고 손맛 나는 그녀가 사는 곳  
곰삭은 젓갈 같은 질펀한 이야기 오가며  
비릿한 바다를 빨랫줄에 널어 말리는
사랑방 같은 그곳에서
밀물과 썰물의 바다이야기를 보시하며 
눈짓과 눈짓으로 어부들의 호명보살이 된다
하루도 별일 없이 잘 살자고
혹은 잘 살았다고
나침반 같이 박혀 있는 바다슈퍼의 자침이
쾌청한 바다를 가르킨다
슈퍼스타가 아니더라도
슈퍼가 열리면
바다를 통째로 사고파는 사람들
바닥을 딛고 더 깊은 바다로 출항한다


* 적금도積金島: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화정리에 속하는 섬. 여수 남서쪽 34.5㎞, 낭도 서북쪽 2㎞ 지점에 위치한다.



불영사佛影寺*


저기,
서 계신 분이
부처님 아니신가
둘러 선 금강적송이
다 불자들 아닌가
설법 듣느라 야단법석이네
허물 벗어 적신으로 성불이네
 
저기,
연못 안에 계신 분도
부처님 아니신가
어리연들이 다 신도들 아닌가
그림자로도
저 많은 꽃을 피우시네
여기가 사부대중 불국佛國일세
 
저기,
서 있는 사람들도 다 부처 아닌가
부처의 그림자가 걷고 있네  
그림자가 그림자를 만드네
사는 게 다 그림자 일세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하원리 천축산天竺山에 있는 절.



선운사禪雲寺 그 여인


아찔,
눈을 비빈다
농무濃霧다
신선이 나올 법한 적막이
산사를 덮는다
한 점 나의 위치조차
추적이 불가하다
어디쯤 흐르고 있을까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딱 멈췄다


순간,
서서히 서서히
눈앞이 열린다
돌담에 새기듯이
한 꺼풀씩
실루엣이 선명해진다
허리를 굽히다가 무릎을 꿇는다
도솔천에서 막 올라온 듯 수선화 그 여인
젖은 몸으로 살포시 고개 숙인 해탈의 미소 
신선하고 청초한
그래서 스스로 고고한 
첫 사랑


그날 이후 
내 안에 피고 지는 그 여인




다산초당茶山草堂 가는 길


두충나무 숲길에
나무의 집을 본다
나무 숲속에 떡잎처럼 앉은
안식의 자리
세상을 받들고 있는 초막 한 채
나무의 집은 벽이 없고
나무의 집은 텅 비어 있다 
나무와 나무사이 받침대 하나뿐,
나무들이 벽이 되고
나무들이 그늘이 되고
나무들이 햇살의 길이 된다
바람의 심장이 열어주는 문으로   
손에 손을 잡은 나무들이 전하는 말
주워듣거나 베껴 쓰면서
그들의 길목에 결기로 선,
바닥, 깊은 곳으로 흐르는
뿌리의 길도 있지만
허공을 손잡고 읽어가는
나무의 눈길도 있다
다산茶山 만나러 가는 초의선사草衣禪師가 되어
두충나무들의 집에 걸쳐 앉으면
갈 길 멎고
하늘을 빚은 맑은 차 한 잔  마주하고 싶네
건강한 한 나무로 숲을 이루고 싶네
숲 속 나무들의 집이 되고 싶네



■시작메모


삼시세끼 시집詩集살이


세끼의 밥이 시이다.
먹고 사는 일
시시때때로의 삶이 시 짓는 일이다.


좋은 시절  시시한 시절
때를 얻든 못 얻든
시기적절하게 시로 밥 짓는 일이다.
시각에 따라 시공을 초월한
시끌벅적한 시그널이
시경이요 시의 행간이다.
시류의 시련도 시름도
시부렁시부렁 시시비비도
시상 아닌 게 있을까.
시발점이요 시문이요 시향이다.
시초도 시점도 시시종종 시답잖아도
시야이고 시안이고 시나브로
뜸 들여지는 밥이다.


결국, 삶이란 삼시세끼 밥상을 차리고
가장 값지게 밥상을 비우는
시화총림의 시객일 뿐이다. 


우동식 2009년《정신과 표현》,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 바람평설』 시해설집 『바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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