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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배옥주/카트와 커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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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516회 작성일 19-06-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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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배옥주/카트와 커터  외 1편


카트와 커터  외 1편


배옥주


철컥! 백 원에 묶인 손목을 잘라버린다. 시식 왕만두를 자르던 만두누나는 언제 잘린 걸까. e 편한 세상 산책로 입구에 버려진 카트가 자른 것과 잘린 것에 대해 골몰한다. 손목이 시큰거린다.


조울증의 커터칼은 옥상으로 달려가 잠을 방해하는 음악을 싹둑 잘라버렸다. 고공공포증에서 추락한 <양화대교>. 외벽 도색공의 죽음과 여섯 식구의 의문이 구급차에 실려가고, 줄을 놓친 검은과부거미의 알집에서 새끼들이 추락한다.


자목련이 데자뷰처럼 추락하는 정오. 노파의 걸음을 끌고 카트는 이, 편한 세상을 건너간다.



노래하는 뼈


자귀나무가 늘어뜨린 귀에서
핏빛 저녁이 흘러내린다


원장수녀가 읽어주는 동화마다
우글우글 다족류의 거짓말이 쏟아지고
흐느끼는 숲에 아벨은 감금된다


저녁이 되면
십자가의 반대편 계곡에서 돌아온 혈육들이
부어오른 뺨을 질질 끌고
암벽 위의 핏빛 저녁을 향해 걸어가고


구더기들은 산양의 눈알을 파먹는다


원장수녀가
묵주를 돌릴 때마다
아벨의 비명은 다족류의 비명을 돌아보는가


어느덧
썩은 둥치에서 수천의 벌레는 기어 나와
아벨의 입을 틀어막는다


부풀어 오른 호른을 향해
한 움큼씩 아벨은 사라지고
동화책을 덮자
발이 많은 비명처럼


노래하는 뼈가 툭,
자귀나무의 핏빛 저녁을 향해 튀어오른다


배옥주 2008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오후의 지퍼들』, 『The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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