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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김명이/그대라는 대명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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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김명이/그대라는 대명사 외 1편
그대라는 대명사 외 1편
김명이
마트에서 생수 한 병을 사서 무작정 걷다가 좌판에 흠집 난 진열을 바라보다가 큰 사거리 신호등이 두 번이나 바뀌고 뛰어가다가 한 쪽 신발이 벗어지고 신호등은 빨강빨강, 인출기에서 돈을 안 꺼낸 것도 모르고 수족관 배부른 물고기 앞에서 꽃가게 시든 백합 앞에서 우물쭈물 우두커니, 빈 서점 문턱에서 주워 구멍을 채우다가 휴지통에 접어 버린 망사다리 전단지는 파리 베이커리 간판이 되어 커플 반값 행사를 하고, 줄 서지 못한 채 업고 온 저문 날과 납입 독촉 고지서와 식탁에 대충 차린 찬과 막상 빈 밥통을 확인하고……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도 쓰지 못 합니다
입의 귀환
귀 둘, 구부림에 순종하는 붙박이
조금만 당겨도 고막 터지니 연약하기 짝이 없다
입 하나, 부리는 것에 앞서며 활개치고
장미의 요염 사자의 침묵을 가장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앙다물기라도 하면 그 뜻은 마치 공포스럽다
선생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 애매한 미소로 훈수하지만
한편 서열을 경계하여 우물거린 권위
입은 무사하기 위해 인재의 뒤편에 있다
그런데 아는가
이보다 사랑스러운 것을 본 적 없다
물고기 입술에 색다른 열대 과일들
설익거나 농익거나 독성을 품고
다각적 전위적 철학과 종합예술을 할 수 있는
귀두구원의 생성 해학까지
이토록 빼어난 요망에도 이르게 한다
화술과 기술의 매머드급
당신을 겨냥한다
김명이 2010년 《호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엄마가 아팠다』, 『모자의 그늘』. 2016년 한남문인 젊은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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