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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이선미/그 옛날의 국수공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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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643회 작성일 19-06-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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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이선미/그 옛날의 국수공장 외 1편



그 옛날의 국수공장 외 1편


이선미


읍내 장터에 가면
얼굴에 하얀 밀가루 분칠을 한
국수공장 아저씨


건조대에 막 뽑은 국수발을 널곤 했는데
길을 가다가 나는 침을 삼키며
한참동안 바라보곤 했다

건조된 국수발을 한 손으로 쥐고
또 한 손으로 국수발을 썰곤 했는데
어찌 알고 손대중으로 쥐면
틀림없이 국수 한 다발이 되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는데,
한참동안 바라보곤 했다


그 아득한 세월은 지나가고
옛 국수공장 앞을 지나다가
국수집과 아저씨를 찾아보지만
새로 지은 현대식 슈퍼마켓 뿐
바람에 흔들리던
손과 얼굴에 하얀 밀가루를 묻힌 아저씨가
흑백필름처럼 희미하다.



한가한 날


김씨네 누런 똥개 한 마리
어디를 쏘다녔는지
몸둥아리에 도둑놈 갈고리 씨앗이 묻어 있다
할 일 없이 마을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방앗간 구석 쌀겨통에 머리 처박고
한참을 뒤진다
그것도 심심했는지
한참동안 오동나무 그늘에 앉았다가
뭘 보았는지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풀 속으로 뛰어든다
또다시 심심해졌는지
새마을 창고 앞으로 달려가
슬슬 기어가는 두꺼비와
앞발을 들고 레프트 라이트 훅!
권투를 하는 것이다.


이선미 2010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 거기 계셨군요』, 『칼질하는 여자』. 에세이집 『참말과 거짓말』, 『위로받는 세상을 꿈꾸며』. 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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