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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윤인자/부활의 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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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윤인자/부활의 꿈 외 1편
부활의 꿈 외 1편
윤인자
지금은 부재라고 하자
밀봉된 사유 속에서
어떤 밀약을 꿈꾸는지
보이는 것으로 짐작해야 한다
주체 못한 욕망이 발기 중이다
아무도 짐작 불가능한 자연의 영역 앞에
온몸으로 체감만 있을 뿐
한 줌의 햇볕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아직도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석류와 대추나무도
봄을 모른다고 비난을 하지 말라
바늘구멍 같은 숨결로 바람과 햇볕을 먹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내공이 커지면 장공이 되고
장공이 커지면 우주가 열린다는 사실을
결국 겨울은 봄으로 가는 혹독한 위기일 뿐
죽었다 부활하는 예수의 이름처럼
봄은 눈부시게 부활을 시도 중이다
찬란한 4월
모세혈관 은밀한 곳까지 숨어든 땅의 기운
매서운 꽃샘추위 아랑곳 않는 나무들
봄비에 흠뻑 젖어 물방울 통통 튕기며
철쭉은 화냥기 짙은 립스틱 바르고
분재공원 가로질러 송공산으로 올라가는
분홍빛 족두리를 쓴 진달래 산벚꽃에
눈이 부셔 아지랑이 빙빙 돈다
혼절하듯 꽃잎에 쓰러져 눕는 나비
청아한 새소리 맑은 물소리 넘치고
역마살 낀 봄바람 한참도 쉬지 않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잠든 꽃들을 깨우는데
문전옥답의 양파밭을 가로지르는 지평서
파릇한 봄날 한낮에 꿩들의 사랑놀이
노처녀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폭죽 터지듯 봄의 불길 전염병처럼 번져간다
윤인자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에덴의꿈』, 『스토리가있는섬 신안島』.공저 『바다에 길을 놓는 사람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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