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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천융희/블랙문Black Moon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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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천융희/블랙문Black Moon 외 1편
블랙문Black Moon 외 1편
천융희
다급히 날아온
어린 새들의 발가락이 퉁퉁 부어올랐다
눈알이 함께 붉었다
어둠보다 더 짙은 비명이 선명하게 요약된 스피드마크
붉은 나무를 찢어발긴 분리대 아래로
최근 사내의 과도한 업무량이 흥건하다
숨 막히는 구석을 뒤집으면
급회전의 모서리로 위장되는 도시의 밤
부러진 나뭇가지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듯
투둑 허공을 버렸다
한 사내를 전복시킨 일순간에 대하여
우리는 수많은 의심을 믿기로 한다
믿지 않기로 한다
블랙박스에 진입하지 못한 사내의 주변사가
공회전으로 뜨거워지고
애도는 타인들의 몫으로 돌아갈 때
반도 채 못산 그믐달이
외발을 굴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부지불식간이다
일인칭 대명사
너는
결코 우리가 되지 못하는 시간 속에 서성이고 있다
겹겹의 어둠을 완강하게 봉쇄하는 거실 창유리는
밤의 마지막 프레임
마주
코와 코를 맞대면 슬픈 저녁의 대칭이 오고
뺨과 뺨을 맞대면 고립이 엉겨붙어
사뭇 모호해지는 이방인의 얼굴로 흘러내린다
매일 밤
불협화음의 젖은 그림자를 끌고 귀환하는 우리
한 켤레의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서로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내가 너를 호명하는 것
독신의 인사법인지도 모른다
한 걸음씩 물러나면 안과 밖은
조금 더 밝거나 더 어두운 세계로 나누어진다
서로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건 불가한
우리는 밤의 일가一家
밤의 싱크홀이다
천융희 2011년 《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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