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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김나원/오늘의 신 메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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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013회 작성일 19-06-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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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김나원/오늘의 신 메뉴 외 1편



오늘의 신 메뉴 외 1편


김나원


비상구가 나온다
메기탕을 주문했는데 비상구가 나온다
일몰을 주문했는데 비상구가 나온다
문을 밀고 나갔는데
손 잡지 못해 낭떠러지다
불 속을 건너려면 사슴을 키워야 한다
차용한 오후는 하루이틀 연장할 수 있지만
이미 타버린 머리카락은 땋을 수 없다
메기탕에 빠진 비상구를 숟가락에 올린다
눈 먼 자의 노래로 번져가는 노을
발화점은 끓고 노래는 물방울이 된다
섬집 아기가 된다


소화기를 주문했는데 고드름이 나온다
대롱대롱 정오가 뚝 부러진다
낭떠러지는 물비늘의 시간
바닥을 지워도 자라나는 박하사탕
암호가 없어 문이 열리지 않는 날
스며드는 검은 연기 마스크는 완벽했다
맛있게 삼키는 불길
바람 탓 샹차이 탓
주문은 질문이 되고 질문은 고문이 되고 고문은 소문이 되어
먹구름 속 차마고도 돌아서 간다
협곡으로 떨어진 비상구
비상구는 하늘길이다




리아스식 유년



지붕이 뜯기고 있다

지붕 위에 던져진 어릴 적 유치
이를 던질 때마다 지붕은 입이 되어갔다


고르지 못한 치열
십리를 걸어가 뽑고 온
열 살적 덧니도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고 끄떡없는 건
유년에 뿌리내린 이 때문이다


시골집만 가면 허기가 사라졌다
감나무의 까치밥
대숲이
수시로 나이를 먹고 있었던 것


엄마의 고함소리와
먼 길 떠난 언니의 울음에도
지금껏 조용히 지낸 것은
지붕이 입을 꾹 다문 때문이지


비 오는 날 옆집 할머니의
부침개까지
기름 냄새 스민 자리
씨줄과 날줄 유년을 품은 지붕


바람막이가 사라지고 있다



김나원 2012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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