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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허문태/적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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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허문태/적이다 외 1편
적이다 외 1편
허문태
좌 자 있으면 좌빨 적이다. 좌측통행하는 놈들 적이다 좌판 펼쳐 놓고 장사한 놈들 적이다. 좌약 넣은 놈들 적이다 신호등 따라 좌회전 한 놈들 적이다 전철에서 좌측에 앉은 놈들 적이다 군대에서 포경수술 잘못해 오줌발 좌측으로 튕긴다는 그 시인 적이다.
우 자 있으면 우꼴통 적이다. 우병오 적이다 우레탄 장사 하는 놈들 적이다. 우리라고 하는 놈들 적이다 우등상 받은 놈들 적이다 중국식당에서 우동 먹은 놈들 적이다 물론 전철에서 우측에 앉은 놈들 적이다 우시장에서 우거지 국밥 장사 했다는 우식이 엄마 적이다
나는 엄밀히 말해서 나름 낭만적이다
저수지가 보이는 식당에서 잠시
잠시라는 것도 보인다는 것도 들판의 문제다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헤어졌는지
문득 들판의 문제다
어느 봄날 민들레를 한없이 보고 있었던 것이
노란나비가 앉아 있는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냇물의 소리는 부딪치는 소리라서
나보다 맑다고 생각했다
다 들판의 문제다 지금은
겨울 들판에서 저수지가 보였을 때 기러기는 저공비행을 한다
저수지가 보이는 식당에서
세네 명씩 네다섯 명씩 식탁에 둘러앉았다
일인용 식탁은 없고 사인용 식탁에 혼자 식사하는 경우는 있다
잠시 뭔가가 보일 때 얼른 봐두자
꽃이 피는 곳은 어디고 나무는 어디로 걸어가는지
나는 아직 늙어서
손에 굳은살이 두틈한 사람들과 식사를 한다
괘종시계 초침소리가 잠시 멈춘다
허문태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을 끌고 가는 사내』. 계간 아라문학 부주간.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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