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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정무현/반역의 조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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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정무현/반역의 조짐 외 1편
반역의 조짐 외 1편
정무현
이건 숲인 게 맞다.
애벌레, 사마귀, 여치
푸르다.
뜨거울수록 바람마저 푸르다.
모두가 잎이다.
푸른 것이 덮고 포개고 있다.
푸르다 하여 풀이고 풀은 그래서 잎이다.
나무줄기는 푸르름에 가려져
더욱 어두워지며 잎이 된다.
그 속에 들어앉은 나
잎이 없다.
푸르지도 않다.
어두워지지도 않는다.
건방진 거다.
나를 닮은 울긋불긋한 세상은 숲이 아니다.
뱀이 동면에 들려고
나뭇잎이 살을 스치며 속삭인다.
허공에 바람소리로 번진다.
노쇠한 햇살이 기러기 무리 따라 선을 그리고
선은 너울대며 길게 사연을 뿌리고 있다.
아직 잊지 않았지. 너와의 속삭임
잎잎마다 불콰한 모습으로 마무리되고
아무 일도 알 수 없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배경으로 풍경만이 자리를 잇는다.
해야 할 일을 다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얼룩진 잎은 떠나야 한다.
언제나처럼
사랑하는 사이의 기약이 되니
애써 건조한 소리로 바람에게 부탁한다.
잎이 부딪히며 서로의 결을 어루만진다.
정무현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풀은 제멋데로야』, 『사이에 새가 들다』. 계간 아라문학 편집위원.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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