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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양안다/사이드 이펙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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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39회 작성일 19-06-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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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양안다/사이드 이펙트 외 1편



사이드 이펙트 외 1편


양안다


이 방엔 악취가 가득하고 네가 두 겹의 이불을 덮고 잠을 자는데 그 표정이 아름답고 깨어 있는 너와는 다르다는 감상 속에서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도 알 수 없고 나는 너에게 알 수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데 어젯밤에 세계는 폭약과 폭죽 중 무엇과 유사하냐고 네가 물었을 때 그저 모르겠다고 대답한 걸 후회하기도 하지만 지금 고민해도 세계는 여전히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알 수 없다는 건 알고 싶지 않은 것과 친근하기만 한데 너 역시도 아무것도 알 수 없던 때가 있지 않았나 떠올려보면 지난겨울 밤바다에 발목을 적시며 너는 바다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면서 너 자신이 너무 작다고 울먹였는데 왜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하고 수평선의 전체를 한눈에 담으려 전력을 다 했던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이 우리가 언젠가 마주해야 할 최후의 질문이며 세계라고 말한다면 잠에서 깬 너는 폭약과 폭죽 중에서 무엇을 닮게 될지 예측할 수 없고 나는 단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작고 작은 공포를 간직한 채 이불을 만지작거리다 너의 꿈이 저 멀리 달아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향초에 불을 붙였다 끄기를 반복하더라도 악취는 사라지지 않고 너의 아름다움도 사라지지 않지만 질문은 남아있는 채로 아침이 오고 잠든 네가 작게 몸을 떨며 경련할 때면 꿈속에서 네가 쫓기고 있다는 망상과 함께 이 방에 존재하는 미량의 시간조차 잠시도 멈추지 않고 다음 풍경으로 넘어가는 동안 공간은 시간을 뒤늦게 쫓아오며 이 방으로부터 나를 밀어내고 밀어내고 온몸으로 하루 종일 파도를 받아내더라도 바다의 일부분 밖에 알 수 없고 알고 싶지 않으니 여전히 세계는 여전히



장미성운



우리가 빛과 빛 사이에 놓여 있을 때


이곳이 어디인지 잠시 잊고 그 사실이 불편하지 않다면


너는 종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나는 부유하는 먼지를 바라보는데


우리의 일부가 끝없이 확산되는 시간


붉은 병이 깨지자 주변이 온통 꽃밭이었다


손목을 그으려고 했어, 그런 말을 쉽게 하게 되고


폭우 속에서 걷는 연인을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를 상상해보는 일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휩쓸리고 있다고


우리가 어둠 속에 놓여 있을 때


언젠가 들었던 예언을 떠올리며 서로를 미리 증오하고


너는 눈이 내린다고 말한다 나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는데


풍선을 삼키고 그냥 터져버렸으면 좋겠어 그때도 날 보러 와줄래?


춥고 어둡다며 네가 울먹였을 때 나는 불과 빛 중 무엇이 우리에게 절실한지 고민했다


한 권의 일기장을 함께 채워 나가면 좋겠다 각자의 과거를 서로 대필해주며


진득한 액체가 발끝을 적신다, 널 위해 짧은 소원을 빌어줄까


멍든 부위마다 꽃을 그려주겠다며 네가 파스텔을 집어들 때


창문 밖으로 섬광이 번쩍인다 나는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데


너는 이곳에 불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네가 불 속에 있었기 때문에



양안다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동인 ‘뿔’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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