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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김다솜/미안한 시詩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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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신작시/김다솜/미안한 시詩 외 1편
미안한 시詩 외 1편
김다솜
육아 도우미 구하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맡기는 아기 엄마에게
밤, 낮 손님 뜸한 재래시장 상인에게
수많은 청년 실업자와 취업 준비생에게
바쁘게 오고가는 출, 퇴근하는 직장인에게
배고픈 아기와 노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복福 많은 사람들이 읽고 책장에 장식했으리라
그 원두막에서 칼잠, 꿀잠, 단잠 자다 일어나
어디서 하품하다 어깨 펴고 웃고 있을까
위대하고 거룩한 시와 나의 시詩는
수 십 만 취업준비생 취직 못시켜주는 시
감옥 들어간 수인囚人들 석방 못하는 시
암으로 아픈 환자 치유 못해 주는 시
우울증 환자 자살 막지 못하는 시
치매 걸린 전두엽 치료 못하는 시
못하는 것 많아도 읽고 쓰는 즐거운 시
못하는 것 많아도 계속 나오고 나오는 시詩
꽃을 보듯 너를 본다* 10만부 팔렸다는 뉴스
* 나태주 시인의 시집 제목.
수학여행
조곡관*을 지나는 학생들에게
어디서 온 몇 명? 수원에서 온 600명이라 한다
수학여행 간 적 없는 나는 종달새들을 바라본다
먼지 밟고 걷는 종아리 보며 웃는 나뭇잎사귀들
그 후, 『나를 두고 나를 찾다』 시집을 출판을 했다 동창생들 주려고 동심밴드 가입을 하니 시 좀 올리라 한다 살다가, 살다가 한 편 올렸다 근데 녹차 한 잔 사준 적 없는 서울 사는 동창생이 보름 후 출발하는 2박3일 환갑여행 회비를 내준다고 했다 그녀의 고운 마음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첫 시집의 기쁨도 잠시 허탈한 마음 알기라도 하듯, 마늘 잎사귀 고개 숙여 반겨주는 남해 땅끝마을, 다산초당, 미황사, 도솔암, 향일암, 순천만……, 여수 밤바다 선상에서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 펑~펑~팡~팡 동창생들하고 소리소리 지르고 웃음을 먹은 덕분으로 허탈감을 밤바다 던지고 자존감을 찾아 왔었다
9 년 전, 김해 사는 동창생 그는 리무진버스 전세 가격은 물론 그 버스타고 간 33명의 동창생을 부산 금정산 산마루별장에서 1박2일을 먹이고 재우고 오륙도와 해운대, 자갈치시장 여기저기 수학여행을 시켜준 적이 있었다 무명시인을 늘 응원해주는 동창생들 생각하면 뭔가 하기 싫다가도 용기가 생긴다 따뜻한 우정으로 도란도란 살아가는 어릴 적 동창생들은 먼 훗날 칠순여행을 꿈꾸고 있다 철학자 닮은 동창생 덕분에 늦은 나이 수학여행을 갔던 해운대 바다가 보인다 상큼한 바닷바람하고 춤추는 갈매기와 푸른 배를 타고 두리둥실 꽃 피 는 동 백 섬 에 봄 이 왔 것 만 ~ 오 륙 도 돌 아 가 는 연 락 선 마 다~
* 문경새재 2관문.
김다솜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나를 두고 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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