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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신작단편/장시진/독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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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신작단편/장시진/독의 유혹
담배 연기가 못된 상상과 함께 내 폐를 가득 채운다. 잠시 머물다 사라져 버리는 유혹. 마음은 그 유혹을 피해 뒷걸음질 친다. 머물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자리하지도 말지. 왜 겁을 잔뜩 주고 떠나가 버리는 것인가. 녀석은 나를 폐허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 인연이었다. 그러나 그 인연은 벌써 15년이 넘도록 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나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내 아내가 이혼서류를 내밀었듯이 나도 담배의 유혹에 금연의 서류 한 장 내밀고 싶다. 한 걸음 앞서 나가면 두 걸음 먼저 걸어가는 유혹을 나는 따라잡을 수 없다.
아내는 이혼서류를 내밀고 그 길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버려진 그 이후의 시간은 척박한 악몽뿐이었다.
이혼한 그 날 나는 사표를 썼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은둔하며 스스로 상실의 늪으로 빠져버렸다. 술만 실없이 퍼마셨다. 그 이상의 의지는 없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몸은 형편없이 망가졌다.
나는 드디어 상상도 못 했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법을,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지는 법을 찾고 있었다.
나를 찾아오는 이도, 나를 돌봐줄 이도 없이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오죽하면 친구도 없겠는가. 오죽했으면 한 명쯤 있을 법한 지인조차 없단 말인가.
시작은 복잡함 없이 아주 단순했다. 차라리 죽자 했다. 하지만 아직도 미련이 많은 탓에 죽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게는 나에게서 나를 빼앗아갈 용기가 없었다.
자살이 용기로 둔갑해 버리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자살 중독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그동안 별짓을 다 했지만 나는 번번이 자살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 순간 말 그대로 나는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미 스쳐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더 고약하다. 돌아온다고 해도 이제는 생소할 것 같지도, 의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더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오직 나에게는 삶의 그 마지막 순간 나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아내와의 관계는 그다지 돈독하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사랑이 남아 있었다면 아내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 조금의 사랑 때문에라도 아내는 떠났을 것이다.
10년동안 아내의 뒤에 숨겨져 있었던 내연의 남자. 그 때문에라도 더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안해.”
그말 뿐이었다. 아내는 단호했고 단 한마디도 용서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아내는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거나 표현한 적이 없었다. 우리에게는 어차피 없었던 사랑이었다. 내 삶에 사랑이 없었다는 것에 나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미 마음이 떠나간 아내를 잡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울분이 쌓이면 쌓일수록 나는 나를 괴롭히는 일에 열중했다.
나란 인간은 막돼먹은 인간이 분명하다. 혼자라는 것이 이렇게 아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절대 혼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도 미련하게 삶의 가닥을 놓지 못하고 신경안정제를 먹는다. 그러나 약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뎌지지 않고 예민해지는 나에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뿐이다.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혼을 한 그 순간부터 새롭게 시작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내가 나는 싫고 모든 것이 다 귀찮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나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떨어지면 그만이다. 그 어떤 것에도 연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창문을 연다. 그러나 나는 차마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한 채 눈을 감는다. 그 무시무시한 중력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 창문을 닫는다. 차라리 살자. 자살은 결코 용기가 될 수 없다. 자살이 용기가 될 수 있었다면 이 세상 사람 중의 3분의 1은 자신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는 분명 나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거실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켰을 때 나는 또 다른 유혹을 느꼈다. 독의 치명적인 유혹. 유혹은 바람을 타고 술렁이며 내게로 왔다.
주방장의 날 선 눈빛에 복어도 빠드득 바드득 이빨을 갈았다. 바다를 놀이터 삼아 뛰어놀던 삶의 믿음은 저 푸른 바다를 뒤로한 채 도마 위에서 이빨을 잃었다. 그리고 타의에 의해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한 마리 학으로 변신 중이다. 푸른 하늘을 복어는 바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복어는 죽어서도 꿈을 꾼다.
복어는 말한다. 울지는 말자. 차라리 몸에 남아 있을지 모를 맹독으로 유혹하자. 그리고 복수하자. 그러나 그것은 복어의 희망 사항일 뿐. 칼 하나로 무장한 베테랑 조리사는 그 치명적임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 치명적임을 오히려 맛의 유혹으로 승화시킨다.
나는 테트로도톡신에 매력을 느꼈다. 그것이라면 죽음도 빗겨가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손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은가. 가자 수산시장으로. 그러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먼저 나를 아는 만큼 복어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 번쯤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옷을 갈아입고 나는 밖으로 나선다. 거리는 내게 항상 낯설다. 거리를 걷고 있는 나는 내가 아니다. 가면을 쓰고 걸어가고 있는 나. 나는 또 누구일까?
드디어 녀석과 마주하고 앉았다. 불쌍한 녀석, 하지만 은밀한 유혹으로 항상 비수를 감추고 있는 녀석. 주방장의 실수로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혼수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방장의 칼 솜씨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소주를 마주하고 앉아서 입맛을 다신다. 너는 한 마리 학이다. 너는 당장에라도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다. 날아오르려고 부리를 내미는 순간 나는 가볍게 깃털하나를 뽑는다. 녀석의 깃털은 입으로 가져가자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정말이지 치명적인 맛이다. 그 맛을 느끼면서도 나는 테트로도톡신을 생각한다. 나는 연연한다. 제발 테트로도톡신이 남아 있기를. 하지만 소량의 테트로도톡신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경력 25년의 주방장이 실수할 리 만무하다.
학 한 마리가 내 입속으로 날아 들어왔다. 반주로 마시던 소주도 그 맛을 더해 주었다. 그 맛을 느끼는 사이 홀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만 혼자다. 저들은 함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서 행복해 보인다. 반면 나만 유일하게 외롭다.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는 치명적인 유혹도 더는 내 입에서 맛을 뽐내지 못한다.
즐겁지 않다. 나는 앞으로도 즐겁지 않을 것이다. 빌어먹을 세상. 혼자라는 것이 이렇게 비참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진즉에 알았더라면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했을 텐데. 내 삶이 우울해지는 순간이다.
떠들고 즐겁게 마시라지. 나는 너희가 즐거운 만큼 더 무감각하게 술잔을 기울일 것이며 그런 나를 느끼며 최대한 불쌍해질 것이다.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된다. 복어를 만난 것이 내게는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래 운명일지도 모른다. 나는 테트로도톡신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나는 더는 혼자가 아니다. 내게 엄청난 녀석이 소리없이 뛰어들어 왔다. 반갑다 녀석아.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녀석의 테트로도톡신을 빼앗을 때까지는. 그때 동경해도 무방하다.
다행히 내게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있다. 군대에서 조리병으로 있을 때 따 두었던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지금 당장에라도 요리학원에 등록해서 복어조리사 준비를 해야겠다. 새로운 도전은 열정을 동반한다.
나는 테트로도톡신을 소주잔에 가득 따른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단번에 비워낸다. 맛이 일품이다. 먹은 후 20분부터 중독이 시작될 것이다. 섭취한 양에 따라 그 시간은 빨라질 수도, 느려질 수도 있다. 2mg으로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이 마비되어 나를 잃는 것이다. 그다음은 나의 못된 상상이 결말을 이룰 것이다. 마시자. 마시고 죽자. 나는 못된 상상을 꿈꾸며 소주를 마셨다. 그렇게 3병쯤 마시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난밤, 학 한 마리가 내 입안으로 들어온 것밖에는 기억이 없다. 지긋지긋한 블랙아웃이다. 블랙아웃은 뒤이어 숙취를 동반한다. 짬뽕 한 그릇을 시켜먹고서야 나는 숙취를 해결할 수 있었다. 완벽한 해소는 아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두통과 속 쓰림을 동반한 채 악몽속을 걸어야 할 것이다.
복어와 같은 맹독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더 대범할 수 있을 텐데. 살아오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대범했었던 적이 없었다. 늘 중간만을 선호했다. 그 이상을 원했던 적이 없었다. 세상이 흘러가는 데로 시간이 흘러가는 데로 나는 우직하게도 살아왔다. 그러면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혼서류를 접수 시키면서 내 삶을 되짚어 보았지만 나는 결국 체념하고 말았다. 무질서한 일상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야 삶의 방향을 잡았다. 못된 상상과 함께.
살아야 할 이유는 내게 없다. 그렇다고 죽어야 할 이유도 내게는 없다. 단지 나 자신이 싫을 뿐이다. 그리울 것도 없다. 그리워할 대상도 없다.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떠나면 그뿐이다. 누가 나에게 안주하겠는가. 체념은 더 처참해질 뿐이며 스스로를 깊은 병에 이르게 한다.
가족이 없는 내게는 미래도 없다. 가족이 생기더라도 내게는 미래가 없다. 2세를 낳을 능력도 내게는 없다. 무정자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내가 냉담했던 것처럼 누군가도 그렇게 나를 또 떠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혼자인 것을 고집해야 한다.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연연해 봐야 남는 것은 자괴감뿐일 것이기에.
늦은 오후를 맞이한다. 집 근처에 요리학원이 있었던가? 나는 노트북을 켜고 검색을 시작한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다. 꼭 오늘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일로 미루어야 할 이유도 없다. 나른한 오후 검색을 시작하자마자 집 근처에 요리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시험 접수는 하셨나요?”
“아직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접수 기간이 어떻게 되죠?”
“오늘까지입니다. 먼저 시험 접수부터 하시고 특강 신청을 하시죠. 그러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되도록 시험 장소를 인천으로 해 주세요. 그쪽이 합격할 확률이 높거든요. 빌려 쓰는 곳이 아니라서 시험장도 깨끗합니다. 동선도 좋아요. 우리 학원에서는 그곳으로 원생들을 많이 보내거든요. 그럼 언제든지 방문해 주십시오.”
“꼭 접수해야 하는 건가요?”
“그럼요. 이왕 하시는 거 자격증은 따셔야죠.”
하필이면 오늘까지라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질 않았던가. 그래도 다행이다. 시험 접수를 할 수 있어서. 인터넷 접수사이트에 가입하고 사진을 등록시킨 후에 나는 시험 장소를 선택했다.
애초에 자격증까지 딸 생각은 없었다. 단지 복어에 대해 알고 싶었을 뿐이다. 내친김에 포털사이트의 복어 자격증 카페에도 가입했다. 어쨌든 복어를 알기 위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 솔직히 복어를 알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테트로도톡신에 대해서 알고 싶을 뿐이다. 무색, 무미, 무취. 그 성격도 나와 많이 닮았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나는 옷을 갈아입고 외출준비를 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가도 좋을 것 같았다. 포근한 날씨, 내 두꺼운 옷차림이 너무 투박해 보인다. 가벼운 티셔츠 차림이 어울릴 법한 날씨다. 나는 괜스레 움츠러든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했던 내가 이제는 둔한 존재가 되어 길을 걷고 있으니. 내게 소홀한 탓이다. 다 외로운 탓이다. 모두가 나의 탓이다.
학원에서 알려 준 대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제 길치까지 된 모양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학원을 찾아 헤맸다.
행인의 어깨가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누군가의 폐에 들어갔던 담배 연기가 찌든 냄새와 함께 내 코끝을 자극하기도 했다. 역겨웠다. 생각 같아서는 그 누군가를 물씬 때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용기가 없다. 단 한마디 건넬 자신감도 없다. 그것은 내가 살아온 방식이다. 나도 담배를 피우면서 남을 욕하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나는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제는 그런 내가 지겹다.
나이가 아깝고, 날씨가 아깝고, 시간이 아깝다. 빨리 학원을 찾아야 할 텐데. 길을 빙빙 돌아 겨우 3층에 있는 요리학원을 찾았다. 하지만 막상 요리학원으로 들어가려니 망설여졌다. 못된 상상이 현실로 되돌아오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순간 겁을 집어먹었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나는 겁부터 집어먹는 성격이다. 잠시 마음을 다독인다. 저 문을 들어서지 못한다면 나는 테트로도톡신을 소유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무료한 나날을 나약하게 살아가다가 어느 길가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초라한 마지막을 마주하겠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감옥 아닌 감옥 같은 공간에서 백골이 된 후에나 발견될 것이다. 그렇게는 절대 살지 않을 것이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어떻게 오셨죠?”
“아까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복어 특강 신청하러 왔습니다.”
“아, 그러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원장으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맞이한다. 말을 꺼냈으니 이제 되돌아 나갈 수도 없는 일이다.
“칼은 있으세요?”
“없는데요.”
원장은 복어 실기시험에 필요한 칼과 도구들을 장사치처럼 내 앞에 내밀었다. 위생복, 앞치마, 위생모, 계량컵, 계량스푼, 회칼, 생선칼 등등. 필요한 것이라니 사야 했다. 그리고 수강비와 함께 카드로 결제했다. 그것은 온전히 못된 상상에 대한 투자다.
“그럼 내일부터 시작하죠.”
“저 혼자 하나요?”
“아닙니다. 여자 한 분이 더 계십니다. 내일 오후 두 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하죠.”
“그분도 처음인가요?”
“네.”
혼자가 아니라니 다행이다. 얼핏 인터넷 검색 중에 봤던 것이 생각났다.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더 선호하는 것이 바로 복어조리사라고. 그만큼 힘들고 고된 일일 터이다. 어쨌든 내일부터 시작이다.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간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사이 숙취가 말끔히 사라졌다. 아마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흥분 때문일 것이다. 처음 시작이라 설레기 시작했다. 테트로도톡신이 내 온몸의 엔도르핀으로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나는 복어에 대해 다시 알아볼 심산으로 노트북을 마주하고 앉았다. 독의 유혹, 나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카페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테트로도톡신에 노출되면 검은콩을 끓여 그 물을 마신다거나, 물을 많이 마셔 구토를 유도하여 위 속에 남은 독소를 제거해야 한다거나, 이뇨 효과가 있는 녹차를 마셔 몸속에 남아 있는 독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민간요법까지 샅샅이 훑었다. 뭐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나을 테지만.
복어를 제독하는 방법과 복어의 난소에 가장 많은 양의 테트로도톡신이 있다는 것과 청산가리의 10배가 넘는 맹독이라는 것까지. 복어 한 마리가 수십 명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정말이지 복어라는 녀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대단한 놈이다. 해마다 테트로도톡신에 중독되어 죽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는 들었지만.
난 테트로도톡신에 대해 완전정복을 꿈꾸었다. 그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생각 같아서는 복어 난소와 내장을 푹푹 삶아 배불리 먹고 싶다. 또 못된 상상이다. 그 대단함에 매료되면 될수록 나는 복어의 추종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몸속에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어마어마한 독을 품고 드넓은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재수 없이 잡혀 독을 빼앗긴 채 죽음을 맞이하는 복어의 영혼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복어처럼 몸속에 독을 품고 싶다.
독의 유혹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설렘은 곧 기쁨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 선택은 확고했다. 나는 마지막을 복어와 함께할 것이다. 매력 있는 녀석. 나는 녀석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곗바늘은 제각각 흘러간다. 먼저 선두 주자로 초침이 달리면 그 뒤로 분침이 달린다. 그렇게 한 바퀴 돌았을 때 그제야 시침이 게으른 한숨을 내뱉는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초침이 마라톤을, 분침이 장거리를 달린다면 시침은 고작 100m를 달리는 꼴이다. 그것은 빌어먹을 규칙이다. 시계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나는 여태까지 초침에 불과했다. 그 나머지는 상위 계층이 나누어 먹은 셈이다. 그래서 홧김에 사표를 냈다. 이혼도 아주 큰 작용을 했다. 하지만 이혼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사표를 던질 생각이었다. 틀에 박힌 일상이 싫었고 그 틀에 맞추어지는 내가 싫었다. 나는 오로지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결혼생활도 문제였다. 만약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면 나는 더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여하튼 나는 이제 자유다. 하지만 자유라고 보기에 나 자신을 너무 틀에 가두어 두는 것만 같아 그것이 싫다. 자유를 만끽하자. 새로운 시작이 바로 눈앞에 있다. 아니, 새로운 마지막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그 하루다. 요리학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실습을 마치고 나오는 여자들이 보였다. 아마도 주부 수강생인 듯했다.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그래서 수강생들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 시간에 수강신청을 한 남자라면 분명 직업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래, 나는 직업이 없다. 그러나 직업을 갖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한 달만 견디면 된다. 아니 그전이라도 나는 생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문을 열고 30대 초반의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나와 함께 실습할 수강생인 모양이다. 주부 수강생들과는 뭔가가 달랐다.
나는 여자와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실습실로 들어갔다. 여자도 따라 들어왔다. 우리는 서먹함을 감추지 못한 채 원장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복어 실습은 원장이 직접 한다고 들었다.
복어란 녀석을 처음 만져본다. 비록 살아 있는 복어가 아닌 냉동 복어지만. 등과 배에서 까슬까슬한 가시가 미묘하게 만져진다. 원장이 능숙하게 복어 잡는 요령을 선보였다. 우린 마주하고 서서 원장이 선보인 방법을 복습하기 시작했다.
독한 녀석, 이빨이 그토록 튼튼한지 몰랐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대단한 녀석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이빨을 제거하는 모양이다. 그다음으로 지느러미와 껍질을 제거하고 독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는 내장을 제거한 다음 눈도 제거한다. 머리를 반으로 자른 후에 골을 빼내고 물에 담그는 것으로 일차적인 제독은 끝이 난다. 그런데 녀석의 내장은 너무 지저분하다. 비린내가 올라와 내 코끝을 삼켜버렸다. 아마도 냉동 복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나는 그 내장이 탐이 난다. 여자는 벌써 쩔쩔매기 시작했다. 역겨운 내장 냄새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난감해 하고 있었다. 나는 복어 중에 내장에 가장 관심이 많이 갔다. 독이 가장 많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복어는 각 부분에 독을 지니고 있다. 내장, 눈, 골, 그것만 제거하면 복어는 힘을 지닌 강자가 아니다. 무장해제를 당하고 전쟁터에 버려진 시체다.
몸통은 석 장 뜨기를 하고 물에 담가 남아 있는 여분의 테트로도톡신을 제거한다. 그리고 겉껍질 안쪽의 점막을 제거한 다음 겉껍질의 가시 부분을 칼로 민다. 몸통 살은 면보에 싸서 물기를 빼고 기다리면 된다. 그동안 나는 버려진 내장을 이리저리 살폈다. 지독한 악취, 녀석의 게걸스러운 식욕을 대변한다. 원장은 틈틈이 실습을 도왔다.
이제 속껍질을 정리하고 몸통 살을 회로 떠야 한다. 그 어떤 회보다도 얇게 떠야 한다. 하지만 냉동 복이라 그런지 생각처럼 회를 뜰 수 없었다. 물컹물컹 손에 익지 않았다. 원장은 냉동 복이라 그렇다고 말했다. 시험장에서도 같은 복어가 나온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냉동복어의 특성에 맞추어 손에 익히는 수밖에.
회를 뜨고 접시에 올리고 있을 때까지도 여자는 복어 겉껍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에게는 좀 버거운 듯 보였다. 그래도 여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마에 맺힌 땀, 실습하는 모습이 여려 보였다.
여자에게는 향긋한 냄새가 난다. 복어 내장의 역겨운 냄새를 잡아먹는 향기. 여자는 도대체 어떤 독을 품고 싶은 것일까. 어쨌든 접시에 회를 떠서 부채모양으로 올려놓았다. 처음이라 엉망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다시 안쪽으로 회를 떠서 마찬가지로 올려놓았다.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치고는 잘한다는 칭찬을 곁들였다. 남은 회로 가운데에 장미꽃을 만들고 그 위에 옆 지느러미로 나비를 만들어 올렸다. 데친 겉껍질과 미나리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남은 겉껍질로 작은 갈매기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실습은 끝이 났다.
여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생각으로 이 무시무시한 녀석을 상대하려고 하는 것일까? 겉모습을 보아 여자는 이럴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하여튼 나는 여자의 시선을 얼핏 살폈지만 단 한 번도 여자는 나에게 시선을 주거나 한눈을 팔지 않았다.
실습을 끝내고 접시를 닦아 조리대 밑에 넣어 두었다. 그로서 복어와의 첫 만남은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손에 배어 있는 복어의 체취는 아무리 닦아도 가시지 않았다. 질긴 녀석이다. 여자도 실습을 끝내고 접시를 닦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실습실을 나왔다.
여자와의 대화는 한마디도 없었다. 여자 또한 실습하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느 사람 같았으면 궁금한 점을 쉴 사이 없이 물었겠지만, 여자는 그런 귀찮은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직 원장이 가르쳐 주는 대로 실습에 열중했다. 그 놀라운 집착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익숙해진다면 언젠가는 몇 마디 주고받을 사이가 되지 않을까.
그 어떤 생선보다도 더 맛있다는 녀석. 너와의 만남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녀석을 돈벌이로 이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단지 직업을 얻기 위해서 녀석과 마주하고 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까운 날씨, 나는 길을 걷는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내가 향한 곳은 병원이었다. 신경정신과, 이혼 후 나는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약을 먹으면서 바깥출입이 줄어들었고 술 먹는 횟수가 줄었다는 것밖에는.
병원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곤혹이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시간을 잡아먹기 일쑤다.
내 앞으로 아직 6명의 사람이 있으니 족히 한 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냥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동안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의사와 마주하고 앉은 자리. 의사는 내게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있다고 했다. 의사는 근황을 물어 왔다. 운동은 하는지 그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지내왔는지. 나는 복어에 관해 이야기했다.
“테트로도톡신이라고 아세요? 저는 요즘 복어에 미쳐 있습니다. 취업 때문에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복어라는 놈 참 매력 있는 녀석입니다. 때론 그 테트로도톡신을 가진 녀석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저는 가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거 흥미롭군요. 하지만 이상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은 아니겠죠? 그럼 안 됩니다.”
“혹시 모릅니다.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는 맛에 테트로도톡신을 약간만 가미한다면 꿀맛이지 않을까요?”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리고 수영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어떠세요?”
나는 의사와의 대화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의사의 추천으로 수영장도 몇 주 다녔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나는 의사에게 불신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를 도울 사람은 없다.
의미가 없다. 그래도 나는 길을 걷는다. 누구도 준비하지 못한 나만의 방식으로 나는 나를 부추기고 있었다. 그 부추김은 곧 끝을 보게 될 것이다.
꽃들이 난무한 계절, 나는 과연 꽃의 진정성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 꽃은 단지 아름다울 뿐이다. 향기가 있을 뿐이다. 같이 수강하게 된 그 여자, 아카시아 향기였었던가. 아직도 그녀의 향기에서 나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꽃의 향기보다 그녀는 아름답다. 그 집착이 아름답고 그 노력이 기특하다. 그녀와 난 무언가 알 수 없는 인연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복어는 이맘때쯤 강한 독을 품는다지.
특강은 한 달 뿐이다. 그녀와 만날 수 있는 날 또한 한 달 뿐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녀와의 실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사랑을 꿈꾸지 않는다. 그녀로 인해 내 삶을 돌이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의미가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20일이 흘렀지만, 그녀와 나는 한마디도 섞지 않았다. 그저 눈인사가 그만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못된 상상을 꿈꾸며 복어와 마주하고 선다. 그녀와 마주하고 선다.
평상시처럼 나는 실습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왔다. 항상 나보다 늦게 나오던 그녀가 다급하게 학원 문을 열고 나와 내 옆에 섰다. 나는 별 의미 없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그녀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의미가 있어야 할 조건은 아무것도 없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을 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술 한 잔 하실래요?”
“네.”
난 얼떨결에 대답하고 말았다. 그리고 요리학원 맞은편 호프집으로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나는 서먹하게 앉아서 술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은 하셨어요?”
왜 그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혼자예요. 남편이 떠나더군요. 사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자거든요. 그 사실을 알고 남편이 떠났어요.”
“그녀 역시 떠나더군요. 내가 무정자증이라는 걸 알았을 때 떠나면서 그러더군요. 우리의 만남은 악몽이었다고. 잘못된 만남이었다고.”
어쩌면 그렇게 같을까? 정말 인연이란 말인가? 우린 이런저런 말을 서슴없이 주고받았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했다.
여자는 끝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나 또한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험 날짜는 공유했다.
21일 같은 시간, 그녀와 내가 시험을 보는 날이다. 나는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상관이 없다고 말했고 그녀 역시 자신도 시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린 같은 면이 많은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녀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험 보는 날 축제를 열어요?”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험 본 그 날 살아있는 복어를 잡아 보는 것은 어때요? 함께 말이에요. 장소는 어디든 좋아요. 집이면 좋겠네요. 우리 집으로 할까요? 아니면 그쪽 집도 좋고요.”
“좋아요. 어디든.”
재미있는 제안이었다. 나 역시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난 가끔 자살을 꿈꿔요. 당신도 그렇죠?”
“네?”
“당신의 눈에서 나를 발견하곤 하거든요.”
여자는 취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취했다. 우린 그 날 저녁 못된 상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다면 과연 테트로도톡신은 우리에게 어떤 작용을 할까?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결과가 중요할 뿐이다. 우린 요리학원에서 나오면 함께 술을 즐겼다. 술보다도 못된 상상을 즐겼다는 말이 더 옳을 것이다. 그렇게 열흘을 함께 보낸 뒤에 우린 시험을 쳤다.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산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 있는 복어를 샀다. 큼지막한 두 마리. 시장에서 지리용 재료를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제독을 시작했다. 독이 가장 많은 난소는 따로 빼두었다. 그것으로 우리의 치사량은 충분하다. 아니, 차고 넘친다.
못된 상상은 늘 미련을 남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거침이 없었다. 복어 난소를 소금으로 닦아내고 맑은탕에 넣었다.
복어회는 내가 떴다. 그녀보다는 내 실력이 좀 더 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복어 맑은탕을 먹기 전에 회를 먹으면서 술을 곁들였다.
막상 테트로도톡신을 마주하고 있자니 미련이 남았다. 그래서 술만 마셨다. 그렇게 복어 맑은탕이 식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끓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우린 술에 절었다.
복어 맑은탕을 먼저 먹은 것은 나였다. 뒤이어 그녀가 맑은탕을 먹었다. 우리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다. 못된 상상의 결말이다. 나는 속이 후련했다. 복어의 뼈까지 발라가며 맛있게 먹었다. 그녀 또한 지지 않으려는 듯 게걸스럽게 복어 맑은탕을 먹었다. 그리곤 기억을 잃었다.
머리가 아프다. 숙취 때문일 것이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한쪽에서 웅크리고 쓰러져 있는 그녀를 보았다. 죽었구나. 그럼 같이 먹은 나는 왜 죽지 않았을까?
나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기척을 살폈다. 살아 있다. 숨을 쉬고 있다. 그렇다면 어제 우리가 먹은 것이 복어 난소가 아니란 말인가? 그럼 복어의 정소?
우린 복어 난소와 정소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아! 못된 상상이 날아가는 순간이다. 그녀가 눈을 떴다.
“여기가 지옥인가요? 아니면 천국인가요?”
“여긴 지옥도 천국도 아닌 현실입니다. 우린 복어 난소를 먹은 것이 아니라 정소를 먹은 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못된 상상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우린 다시 태어났다.
장시진 장편소설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외. 시집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바쁘면 환절기에 만나자』 외. 에세이집 『내 머릿속의 또 다른 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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