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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신작단편/유시연/야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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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628회 작성일 19-02-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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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신작단편/유시연/야간 산행



발가락이 쓰려왔다. 어제 오후 무리하게 걸어서였는지 이른 아침 민박집을 나설 때부터 따끔거리더니 바늘로 찌르듯이 통증이 느껴졌다. 저만치 앞서 걷던 그가 돌아본다. 내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그가 되돌아온다. 곤혹스러움과 미안함, 상반된 감정이 교차하며 괜찮다고, 먼저 가시라고 천천히 따라가겠다고 말하는데 그는 들은 척 만 척 다가온다.
“괜찮아요? 어디 봐요.”
그가 배낭을 바닥에 팽개치고 가까이 다가와 내 팔을 잡는다. 나는 가볍게 그의 팔을 밀쳐내고 허리를 구부린 채 등산화를 벗는다. 내 동작을 그가 무표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천천히 양말을 벗어놓고 발가락을 움직여본다. 새끼발가락과 장지발가락이 꼭 붙어서 진물이 흘러내린다. 그가 자신의 배낭을 열더니 구급약품을 꺼내어 펼쳐놓는다. 누군가로부터 관심의 초점을 받는다는 게 낯설다. 그는 익숙한 솜씨로, 오래 전부터 그 일을 해왔다는 듯이 핀셋으로 약솜에 소독액을 묻혀 발가락 주변 부위를 닦아내고는 다시 마른 솜으로 물기를 제거한 뒤 연고를 바른 후 반창고를 붙여준다.
“반창고로 꽉 동여매줘야 재발하지 않아요.”
그의 말을 들으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본다.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다시 고쳐 신으며 끈을 바짝 조였다.
“떡 본 김에 고사지내랬다고 엎어진 김에 잠깐 쉬어가죠.”
그는 내 의견은 묻지 않아도 된다는 듯 초콜릿을 꺼내 조각을 내어 나누어준다.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는 초콜릿을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그가 일어서서 몇 발자국 걸어가더니 돌아서서 오줌을 눈다. 그의 등을 바라보며 남자라는 종種은 참 편리한 몸의 구조를 가졌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 숙소에서 그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가 반갑다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할 때까지만 해도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았으니까. 우리 개울 건넌 것 기억 안나요? 그가 말했을 때에야 삼 년 전 여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무렵 도보여행을 시작한 건 기관지가 도져 기침이 서너 달씩 멈추지 않아 나로서는 궁여지책으로 길을 나섰다가 우연치 않게 기침이 멎었고 그 효능이 신비스러워 그 길로 쭉 틈만 나면 걷고 있는 중이었다. 지리한 장마가 이어졌고 폭우가 쏟아진다는 기상예보에도 길을 나섰고 그리고 그를 만났다.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폭우가 지나간 길은 물이 넘쳐 길을 덮어버렸고 개울은 물이 불어나 안내지도대로 갈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신발을 벗어들고 바짓가랑이를 걷어부쳤다. 작은 개울을 건넌 후 오백 여 미터 거리를 가다가 다시 큰 강을 만났다. 인기척을 느껴 돌아보자 턱수염이 덥수룩한 젊은 남자가 옆에 와서 말을 건넸다. 나이는 분간이 안됐다. 마흔 중반으로 보였으나 그것도 분명하지 않았다.
“제가 먼저 건너갈 테니 뒤따라 오세요.”
“…….”
그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강둑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등산화를 벗더니 바짓가랑이를 허벅지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그가 스틱을 잡고 성큼성큼 수풀 사이로 한 걸음씩 내디딜 때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가 성큼 내딛지 못하고 얕은 물에 서서 점점 불어나는 물살을 바라볼 때 저 건너 강마을 노인들 몇몇이 길 옆 정자에서 일어나 이쪽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조금 후 노인들이 뭐라고 소리쳤다. 팔을 휘두르며 뭐라고 소리치는데 들리지 않았다. 분위기를 보아 위험하다는 신호 같았다. 그가 다시 한 발을 내딛으려는 찰나 나는 그만 가지 말아요! 소리치고 말았다. 그가 돌아보았다. 그의 흰 치아가 드러나며 쑥스럽다는 듯 뒤통수를 긁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지 나도 몰랐다. 가지 말라니,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뒤돌아서더니 다시 큰 걸음으로 돌아 나왔다.
“장난 아니네. 생각보다 깊어요.”
“물살이 세 보였어요.”
호기롭게 건너겠다고 나서던 조금 전 그의 태도를 자신도 기억했는지 혼잣말하듯 내뱉으며 축축해진 바짓가랑이 물을 짰다. 허벅지 위 엉덩이까지 바지는 젖을 듯 싶었지만 굳이 마음먹고 건넌다면 못 건널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도 멋쩍은지 계속 물살이 엄청 세다는 말을 반복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 작은 개울을 다시 건너 먼길을 돌아가야 했다. 그와 나는 얼떨결에 동행이 되어 오백여 미터 떨어진 길을 되돌아가 개울을 건너고 개울 중간쯤에서 서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줬다. 트럭이 먼지를 뿌리며 지나다니는 도로를 걸어가자니 흙먼지가 코로 입으로 들어왔다. 그는 앞서서 걷다가 잠시 멈춰 서서 기다려주기도 했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가다가 문득 숨이 가쁜 느낌이 들며 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졌다. 뭔지 모를 이물감이 나를 감싸고 돌았다.
“저기요.”
그가 돌아보았다.
“먼저 가세요. 저는 천천히 가려고요.”
내 말에 그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고개를 까닥 하고는 돌아섰다. 그의 등에 매달린 배낭 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금세 그가 보이지 않았다. 멀리 고개를 쳐들고 보니 골짜기 계곡으로 올라가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비로소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모습을 쉽게 알아보지 못함은 수염 때문이었다. 면도를 해서 말끔해진 그는 이전의 텁수룩한 모습과는 달라져 있었다. 생수 한 모금을 마신 그가 등산화 끈을 다시 조였다.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먼저 가세요.”
“예전에 혼자 놔두고 재를 넘어간 일이 두고두고 걸리더라고요.”
“제 걸음이 워낙 느려서…….”
“괜찮아요. 좀 느리면 어떻습니까. 조금 빨리 간다고 가도 제 자리를 맴도는 게 인생인데요, 뭐.”
그의 대답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홀가분한 자유로움을 속박당하는 느낌과 부담스러움이었다. 내 보폭에 맞추려는지 그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새가 놀라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풀벌레 소리도 뚝 그쳤다가 이어졌다. 이깔나무 잎사귀가 누렇게 물이 들어가고 굴참나무 이파리가 도르르 잎을 만 채 툭툭 떨어져 뒹굴었다. 키 큰 나무에서 뻗어나간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고 흰 뭉게구름이 높이 떠 있었다. 숲은 어두웠다. 코끝에 솔향이 짙게 풍겨왔다. 맑은 기온은 얼마 전까지 습기로 가득하던 숲을 말리며 가벼워져 가고 있었다. 나뭇잎이 말라가는 향과 도토리가 툭툭 떨어지는 소리, 바람이 잎사귀를 스치며 흔들리는 소리가 간간이 났다. 꽤 알려진 걷기 구간인데도 인기척이 없었다. 백두대간 능선에 오직 그와 내가 마른 나뭇잎을 밟는 소리만이 흩어졌다.
고도가 높아지며 산이 가팔라졌다. 가쁜 숨을 쉬는 내 숨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는 무거운 배낭에도 발자국이 가벼워보였고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대단한 체력이었다. 첫 번째 능선에 올라서자 그가 뒤돌아보며 쉬었다 가자고 말했다.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다리를 뻗고 앉아 생수병을 꺼내 물을 마셨다. 그는 맥가이버 칼로 생밤을 까서 입에 넣었다. 숲에서 주운 생밤은 작고 단단했다. 그가 다시 밤 껍질을 벗기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됐다고 괜찮다고 하는데도 그는 계속 먹으라고 채근했다. 할 수 없이 그의 손바닥위에 놓인 생밤을 가져와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십여 분이 지나 그가 일어나서 앞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나무 뒤에서 오줌을 누고 천천히 따라갔다.
도토리를 주워 바지주머니에 넣는 그의 동작이 불안정하게 시야에서 흔들렸다. 그가 허리를 숙일 때마다 짊어진 배낭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몇 번이나 다리가 휘청 꺾이는 것을 불안한 시선으로 본다. 배낭 무게는 십오 키로 남짓 돼보였다. 야영 장비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그의 양쪽 바지주머니가 불룩해졌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도 끈질기게 도토리를 줍는 그를 이해할 수 없어서 나는 아무 말 안하고 조용히 걷기만 했다. 굴참나무 군락지는 이따금 나타나는 멧돼지 똥을 제외하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길옆에 얕은 구덩이를 파고 나란히 똥을 싸고 사라진 멧돼지 가족의 흔적을 보며 걷노라니 볼때기에 땀이 흘러내렸다. 등이 축축해지며 뜨거운 열기가 올라온다. 정수리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 화끈거리는 볼, 안경알에 김이 서렸다. 모자를 벗어 배낭끈에 매단다. 계곡물 소리는 초입부터 계속 따라왔다. 물소리가 들리는 것으로보아 아직 정상까지는 묘연하다. 그가 배낭을 내려놓더니 주머니에 든 도토리를 꺼내어 비닐에 담는다. 도토리뭉텅이를 갈무리하여 배낭 안에 집어넣고 다시 걸을 때 나도 모르게 도토리를 줍는다.
“힘들지 않아요? 꽤 무거워 보이는데.”
“고생스럽지만 고생이 고통은 아니잖아요.”
그가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다. 그의 말이 가슴에 콕 박히며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한때 사랑, 열정, 욕망 이런 말들에 거침없이 매몰된 적이 있다. 내 열정만으로 한 사람의 무딘 심장을 뜨겁게 덥힐 수 있으리라 믿었던 날들. 합기도 도장에서 만난 민은 말끔한 인상이었다. 연습생을 상대로 시범을 보일 때 다리를 쭉쭉 뻗는 민의 자세를 황홀하게 바라보던 나는 그날부터 당장 접수를 하고 호신술을 배우러 다녔다. 회사 동료와 같이 갔다가 동료는 사정이 생겨 중도에 그만두고 나만 민의 개인지도를 받았다. 유리문을 밀고 도장에 들어서면 검은 도복을 입고 단전호흡을 하는 민의 반듯한 뒷모습이 언제나 나를 맞았다. 곧은 등과 날렵한 동작과 꼿꼿한 자세는 회식문화에 찌든 동료의 기름기 가득한 모습과는 어딘가 달라보였고 신선해보였다. 도장이 쉬는 날 연습을 핑계로 나갔다. 텅 빈 도장에 민 혼자 있었다. 민은 땀을 흘리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가 나를 보고 다소 놀란 것 같았다. 어쩐 일이세요, 오늘 쉬는 날인데. 민이 멀거니 쳐다보다가 할 수 없다는 듯이 한두 가지 동작을 가르쳐주고는 옷을 갈아 입었다. 저 혼자 두고 가시게요? 외출하려던 민이 난감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관장님, 저랑 점심 같이 해요.”
거의 사정하다시피 해서 민과 같이 간 곳이 순대국밥 집이었다. 민이 가끔 태권도 사범과 같이 가본 집이라고 묻지도 않은 설명을 했다. 민은 합기도만으로는 도장 운영이 어려워 태권도 사범을 두고 어린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여자랑 먹는 점심에 순대국밥이라니, 다소 불만스러웠지만 민의 그런 투박함이 좋았다. 민의 투박함이 남성다움에서 우러나는 매력이 아니라 무덤덤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그와 결혼을 하면서였다. 결혼과 더불어 그의 장점으로 보였던 모든 태도가 걸림돌이 되어 결혼생활의 장애로 나타날 줄 그때는 알 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민에게 매료된 것은 그의 한 마디 말이었다. 회사 일 힘들면 때려치우고 나한테 와. 내가 먹여 살리면 되잖아. 민의 한 마디에 그에 관한 모든 허점이 무위로 돌아가고 그가 남자답게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인간은 얼마나 단순한가. 민의 말 한 마디에 나는 그의 노예가 되기를 자처했고 결혼은 빠르게 진행되어 모든 문제들을 징검다리 건너 듯 뛰어 넘어버렸다.
환상이 깨어진 건 모친과 함께 하면서였다. 민에 대한 과도한 모친의 집착, 나에 대한 견제와 감시와 멸시. 참을 수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민은 도장에 처박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나는 자주 복통을 앓았다. 신경성 위장장해로 피부는 뾰루지가 돋고 소화기능이 이상을 일으켰다. 민이 도장에 칩거하며 집에 발을 끊자 모친은 아들을 밖으로 돌게 한다고 내 탓이라고 몰아세웠다. 나에게 매혹으로 다가왔던 민의 남자다움, 말끔한 뒤태, 무덤덤한 성격이 무능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생활비를 제대로 갖다 주지 못하는 민의 도장은 파산 직전이었다. 아이들이 줄어들자 수입이 줄어들고 사범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가버렸다.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범이 없자 합기도 도장은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임신을 계기로 회사를 그만 둔 상태에서 그나마 받은 퇴직금은 금세 바닥이 났다. 몇 달 동안 내핍생활을 하느라 영양실조가 왔다. 하혈이 심해 택시를 불러 타고 병원에 입원하려는데 보호자 사인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은 소식이 없었다. 병원에 누워 창밖을 내다보는 내 눈에 파란 하늘이 들어왔다. 흰 구름이 흩어지고 있었다. 내 열정과 꿈이 잘게 부서져 흩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생활비 부족은 고생스러웠지만 내 고통의 핵심은 민이었다. 돈이 없는 게 고통이 아니라 민의 투박하고 무덤덤한 마음이 고통으로 나를 짓눌렀다. 민과 마음이 맞았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일자리를 알아보고 서로 다독이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민은 나로부터 자꾸 도망쳤다. 병원에서 나와 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데 휘청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빈혈증세가 심하다고 의사가 말하며 처방전을 내줬지만 약을 사먹을 형편이 안됐다. 도장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민이 가끔 시켜 먹던 근처 분식집에 물어보았으나 모른다고 했다. 어렵게 태어난 그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혼자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찾아 하던 시간이 방금 전 있었던 일처럼 선명하게 내 기억을 파고든다.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도토리가 내 머리를 때리며 바닥에 흩어진다. 그가 밥 먹고 가자며 계곡 쪽으로 길을 튼다. 그의 제안에 잠시 과거의 혼란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난다. 그가 폭포수 소리가 세차게 들리는 계곡 쪽으로 길을 튼다. 그의 뒤를 따라 가던 길에서 벗어나 물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어디 너른 바위 있나 찾아봐요.”
그가 뒤돌아보며 말한다. 그 표정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조금 후 폭포수가 쏟아지는 계곡 아래쪽에 흰색 암반이 눈에 들어오고 먼저 발견한 그가 배낭을 내려놓고 짐을 풀어 헤친다.
“밥을 해 드시게요?”
“조선 사람이 밥을 먹어야지 그깟 빵 갖고 힘을 쓰나요.”
그의 기세에 눌려 슬그머니 꺼내려던 빵을 도로 집어넣고 양말을 벗는다. 물속에 발을 집어넣으니 차갑다 못해 시리다. 일분이 채 안 돼 손수건으로 젖은 발을 닦고는 양말을 다시 신는다. 그가 끓이는 김치찌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수저로 국물을 떠서 맛을 본 그가 나에게도 찌개국물을 권하며 맛 좀 보라고 한다. 됐다고 사양하다가 물러날 기세가 보이지 않아 조심스럽게 국물 맛을 본다. 햄이 들어간 묵은 김치 국물 맛은 오감을 자극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정말 맛있어요.”
그 한 마디에 그의 표정이 환해지며 서둘러 암반에 흰 비닐을 깔고 밑반찬을 꺼내어 놓는다. 김치찌개를 내려놓고 미리 씻어놓은 쌀을 가스불에 올리며 그가 콧노래를 부른다. 영화 <닥터지바고>에 나오는 라라의 테마 음악이다.
“그 음악 저, 알아요.”
“워낙 유명한 음악이죠. 오래 되어 영화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추위를 뚫고 별장을 찾아가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그거 엄청 오래 전 영화인데……
그가 씩 웃더니 코를 벌름거리며 밥냄새를 맡아보고는 냄비째 바닥에 내려놓고 밥을 퍼준다. 빵을 네 끼니 먹다가 밥을 먹으니 온 몸의 세포가 들썩거리는 듯 감각기관이 먼저 반응한다.
믹스커피를 타주며 그가 쳐다본다. 그 눈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여자 혼자 산에 다니면 무섭지 않아요?”
“독하게 맘 먹고 다니는 거죠.”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은 경험이 있으신가 보군요. 보통 배짱으로 혼자 산에 다니기 어려워요.”
“…….”
어색해진 분위기를 추스르려는 듯 그가 돌멩이를 계곡물로 던졌고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돌멩이를 따라간다. 짙은 초록 소沼에 파문이 일어나며 송사리 떼가 흩어지는 게 검은 점으로 보인다.
“집사람이 만든 도토리묵이 생각나요. 뇌출혈로 쓰러져 석 달 간 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먼저 저 세상으로 갔어요. 저는 아내가 도토리묵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처제 말이 생활비가 없어서 그걸로 끼니를 때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제 사업이 잘 안됐거든요.”
그가 한숨을 내쉬며 먼 산등성이를 쳐다본다. 그의 말이 내 가슴 안에 들어와 박히며 무거운 돌을 얹어 놓은 듯하다. 스킨과 로션 하나로 살아온 세월이다. 아들 아이를 여동생이 사는 인도 국제학교에 보내고 매 달 학비와 하숙비를 보내느라 내 몸 가꾸는 것을 잊고 살았다. 인도에서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아들은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과 MBA 과정을 마치고 다국적 회사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더 이상 연락이 없다. 저도 힘겨운 삶이었을 것이다. 일하는 엄마를 둔 덕에 제대로 간식이나 과외의 기회를 못 받고,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이모집 눈칫밥을 먹으며 산 세월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짐작이 간다. 아들이 잘 되어 어미를 잊고 살아도 괜찮다고, 지만 행복하면 된다고 자신에게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가끔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든다.
“걷기도 중독이에요. 걷는 데 인생 허비하지 말아요.”
그가 먼 골짜기를 쳐다보며 체념한 듯 말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 멀리 능선과 그 능선을 타고 오르내리는 골짜기를 바라본다. 수많은 이야기와 생명을 품어 안고 그 자리에 웅크린 대자연의 자태가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곧고 길게 뻗은 침엽수림 지대를 지나올 때도 그런 의문이 들었다. 몇 백 살은 돼 보이는 아름드리나무에 비해 고작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의 수명으로 얼마나 무수한 사연을 만들며 힘겨운 발버둥을 치는지, 인고의 시간을 견딘 나무를 보며 든 생각이다.
“길 위에서 생을 마친다는 말처럼 슬프게 들리네요.”
“지상에서 사라지는 인간의 운명은 똑 같아요.”
“홀로 생을 마감한다면 슬플 것 같아요. 외롭기도 하고요.”
“인생은 외로움을 동반자로 살아가는 존재죠. 아내는 좋은 사람이었어요. 나처럼 소심하고 못난 놈 만나 고생만 하다가 갔죠. 아내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요.”
그가 멀리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네요."
“알 수 없으니까 인생이죠.” 
그가 농담처럼 한 말인데 그 순간 그 말이 가슴 깊이 날아와 박혔다. 남자답고 순수해보이던 민의 매력이 결혼과 동시에 어리석고 둔감한 상태로 보이던 날들은 지루하고 건조했다. 열정적이고 능동적인 나와 투박한 민과의 사이에 알 수 없는 인생이 가로놓여 있다. 마치 복불복처럼.
그와 동행하면서 마음속 갈등을 잠재운 것은 산행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경험에 의하면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간의 선한 본성을 감추지 않고 보여준다. 어려울 때 도와주려 하고 먹을 것을 나누어준다. 다치면 구급약을 꺼내 치료해주고 길안내를 친절하게 해준다. 계산되지 않은 행동이 자연스럽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행동 이전에 말로 표현 못할 뭔가가 있다.
쉬었다 가는 걸음은 다리가 풀려 초반에는 걷는 게 불편하다. 자꾸 뒤처지는 내 걸음에 맞추려는 듯 그는 산밤을 줍거나 도토리를 줍는다. 민폐가 되어 어쩌죠. 내 말을 못들었는지 안들렸는지 그는 여전히 허리를 숙여 도토리 줍는 일에 열중한다. 그의 배낭이 더 무거워보였다. 
호흡이 가빠진다.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다가 위를 쳐다보니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거친 호흡을 뿜어내며 잠시 멈춰 서서 그의 등을 쳐다본다. 그는 묵묵히 오르막을 가면서도 힘들다는 내색을 일체 안한다. 거친 호흡을 내지르는 나와 달리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의 등짐만이 덩그러니 시야에 들어온다. 그와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진다. 읍내에 도착하기까지 여덟 시간이 걸린다고 안내에는 기록되어 있지만 내 걸음으로 넉넉잡아 열 시간, 현재 속도라면 해 넘어가기 전에 도착하기에도 어렵겠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오르막을 향해 한 발 씩 내딛는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반창고를 붙인 발가락이 쓰려온다. 느슨하게 매놓은 밧줄을 잡고 한 손으로는 스틱에 힘을 주며 걷다보니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그가 보이지 않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능선이 가까워졌다. 잠시 등을 나무에 기대어 쉰다. 앉았다 일어서는 힘보다 서서 나무 둥치에 기대어 잠깐 쉬었다 가는 게 체력소모가 적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나서 그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가끔 나는 왜 남자 보는 눈이 없을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참 많이도 했다. 밝고 낙천적인 성격임에도 연애 경험이 없었다. 연애라도 실컷 했다면 남자 보는 눈이 달라졌을까. 민과 데이트를 할 때도 주로 내가 말하고 내가 밥 먹으러 가자고 했으며 내가 팔장을 꼈고 내가 기념일을 챙겼다. 싸우고 나서 내가 먼저 전화를 했고 내가 먼저 화해를 했다. 잘못 돼도 단단히 잘못 되어 갔음에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들아이는 민을 쏙 빼닮았다. 외모 뿐만 아니라 투박하고 무덤덤한 성격까지도 닮았다. 인도에서 학교를 다닐 때나 다국적 회사에 입사한 미국에서나 전화 한 통 없다. 어쩌다 국제전화가 연결되어 통화를 하면 바쁘다 하고 피곤하다고 했다. 민의 전화를 기다리던 시간이 지나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은 쓸쓸했다. 우울증 증세로 상담을 하자 의사는 운동을 권유했고 그 길로 오지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스물여덟 평 다가구 주택 전세 계약을 해지하고 텃밭 딸린 시골 농가를 구입하는데 비용이 조금 남았다. 삼백여 평 텃밭에 고추를 심어 수확하면 생고추 그대로 수매를 하고 받는 돈이 혼자 생활하기에 그럭저럭 살 수 있었다. 끼니는 굶지 않았다. 상추, 쑥갓, 가지, 호박을 자투리땅에 심어먹는 재미는 쏠쏠했다.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출구는 있었다. 게으른 자에게 농촌은 지루함이지만 부지런한 사람에게 농촌은 낙원일 수 있었다. 피부는 새까매지고 손이 거칠어졌지만 마음은 풍성했다. 실패한 연애, 고통만 남긴 결혼생활에 미련은 없었다.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피부를 가꾼다거나 하는 일도 부질없는 감상이라고 되뇌며 도시의 때를 깨끗이 벗었다. 가끔 커피 잔을 들고 마당을 거닐며 거칠어진 손마디를 내려다 볼 때는 복잡한 심경이 되어 해 지는 풍경을 쓸쓸히 바라보곤 했다. 서울댁으로 불리며 한 달에 한 번 마을 사람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등산을 가면 도시락을 싸갖고 따라가는 일도 나쁘지 않았고 노래동아리에 가입하여 사람들과 트로트를 부르는 시간도 괜찮았다. 군청에서는 동아리에 기금을 보조해주고 면단위 축제에 나가 잔치 분위기를 돋우는 일도 썩 괜찮았다. 요양원이나 양로원에 단체 공연을 갔다가 되레 내가 위문을 받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뭔가 미결된 숙제를 안고 사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감자를 캐고 나서 심은 김장배추가 텃밭에 싱싱하게 차오르자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오지 도보여행에 나섰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내가 길을 떠나기에는 홀가분한 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뭔가 과제가 남은 것 같은 채무감에 시달렸다. 그게 뭘까. 집을 나서면서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앞서간 그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동행과 함께 할 때는 거북하고 뭔지 모를 불편함이 따라왔는데 막상 혼자 깊은 산길을 걸으려니 두려움이 몰려온다.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들이 능선 곳곳에 널찍이 퍼져 있다. 그를 부를까 하다가 그만 둔다. 두려움이 깊어지면 소리에 민감한 법이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와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 짐승이 낙엽을 밟는 소리는 분명히 다르다. 미세한 소리의 잔영에 귀를 곧추 세우고 걸음을 빨리 하려 하지만 무거운 다리는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겹다. 아래로 뻗은 능선은 다시 서서히 위를 향해 엎드려 있다. 고도가 높아졌다. 땀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힘든 걸음이다. 나는 왜 이 힘든 걷기를 해야만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다가 앞서 간 그의 배낭, 터질듯이 동여맨 등짐의 무게가 한 순간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가 짊어진 두툼한 배낭은 평생 짊어지거나 앞으로도 짊어져야 할 그의 몫이었다. 누구도 대신 져 줄 수 없는 무게였다. 그건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상처였다. 가슴 속 깊은 심연에 또아리 튼 상처는 바윗덩이처럼 단단하게 웅크리고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바윗덩이는 어려운 고비마다 쓰러지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내가 딴 곳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견제하고 긴장의 끊을 잡아당겼다. 나를 견디게 한 바윗덩이. 상처 위에 내 인생은 뿌리 내리고 순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 나갔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고통의 흙더미 위에 뿌리내린 내 삶이었다. 맏딸로서 아버지에게 불효하고 동생들에게도 온전한 삶을 보여주지 못한 슬픔이, 아들과도 소통이 안되는 고통이 나를 키워내며 걷게 한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 남자 역시 그랬을까. 그의 상처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게 했을까. 그러고 보니 그에 관해 아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맨발로 개울을 같이 건너고 밥을 같이 먹은 사이임에도 그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씁쓸해진다. 겉으로는 호방한 듯 행동하면서도 달팽이처럼 오그라든 그의 마음이 수면 위에 잔물결처럼 엿보이는 건 내 마음도 예민해져 있다는 뜻일 게다.
“어디 계세요?”
그가 보이지 않아 불러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다시 한 번 소리친다. 걸음을 조금 빨리하여 그를 뒤쫓아간다. 아무리 간격을 좁히려 해도 그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자 불안해진다. 가을 산의 풍경이 내 마음에서 멀어지며 조급증이 난다.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뭔지 모를 허전함이, 한편으로는 알게 모르게 나를 억압하던 부담스러움이 풀어지며 홀가분해진다. 혼자 걷던 길이다. 홀로 모든 것을 감내하며 걷기를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그로 인해 내 마음이 불안정한지 알 수가 없다. 처음부터 나 혼자 시작했으면 기대하지도 의지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불쑥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이름도 모르는 그를 뒤쫓느라 허둥거리다니……갑자기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하늘을 쳐다보고 숲을 한 바퀴 휘둘러본다. 물기가 말라가느라 푸석거리는 숲이 수런거린다. 잠시 멈춰 서서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생장과 멈춤의 경계에서 가벼워지는 숲의 기운이 나에게도 전달되어 오는 듯하다. 저물어가는 붉은 해기운이 빛살을 뿌리며 산등성이 위로 출렁거린다. 해가 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할 텐데. 조급한 마음에 걸음이 빨라지고 들숨날숨의 호흡이 불규칙하게 내 귀를 자극한다.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능선에 축축한 기운이 다가오며 안개가 피어오른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호흡이 더 빨라진다.
어둠은 금세 숲을 점령하고 말았다. 길이 보이지 않았다. 길이 아닌 길을 가다가 다시 돌아나오다가 막막해져서 주저앉았다. 헤드랜튼을 꺼내어 손에 들고 길을 비춰보지만 분간이 잘 안가서 두려움이 몰려온다. 이렇게 늦은 산행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점심 때 노닥거리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한들 소용이 없다. 스마트폰은 불통이다. 민박집 주인에게 출발하기 전에 전화할 걸 가다가 연락한다는 게 그만 불통이 되어버렸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산새소리 바람소리가 어둠 속에서 소요를 일으킨다. 서늘한 한기가 온몸을 에워싸고 압박해온다. 어둠 저편을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다가 고개를 무릎에 묻고 한숨을 쉰다.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린다.
“나쁜 새끼, 나쁜 놈, 나를 두고 가버리다니…….”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울음에 잠긴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메아리만이 되돌아온다. 그 순간 심연 깊은 곳에 웅크린 바윗덩이가 움찔 움직이며 울음이 터져 나온다. 어두운 숲속에서 나는 목놓아 운다. 삶의 고비마다 힘겨울 때 어린 아들 아이 앞에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억지로 밀어 넣었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내 울음소리에 감염된 몸이 같이 들썩이며 통곡을 한다.
“어디 다쳤어요?”
저만치 앞에서 불빛이 비춰지며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검은 그림자와 함께 불빛이 흔들린다. 울음을 그치고 손으로 눈을 비비며 어둠 속을 노려본다.
“따라 오는 줄 알았어요. 도토리 줍느라 시간이 빨리 가는 줄 몰랐네요. 진짜 아픈 데 없어요?”
“…….”
“빨리 갑시다.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어요.”
그의 채근에 배낭을 둘러매고 일어서는데 다시 눈물이 난다. 뒤돌아서서 눈물을 닦고 그를 뒤따라 걷는다. 헤드랜튼 불빛이 흔들리며 찬기운이 몰려온다. 무릎을 구부리고 얼마쯤 내려가니 멀리 마을의 불빛이, 도로 옆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파른 내리막길을 스틱에 힘주어 내려간다.



유시연 2003년《동서문학》신인상 당선. 소설집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오후 4시의 기억』, 『달의 호수』. 장편소설 『부용꽃 여름』,『바우덕이전』, 『공녀 난아』정선아리랑문학상, 현진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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