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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신작시/ 김미연/자전거 보관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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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미연
자전거 보관소 외 1편
지하철역 광장
두 바퀴에 끌려 온 새벽이 이곳에 모여 있다
사방에서 달려온 출근길은
지하계단 아래로 내려가 길을 바꿔 타고
거미줄처럼 얽힌 노선은 발밑으로 지나간다
한자리에 묶인 자전거들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다가오는 발소리에 가지런히 귀를 모은다
지나가는 햇살을 앉히고 바람을 태워도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몸
달려온 만큼 되돌아 가야할 길
탱탱한 바퀴 안에 숨기고
묵묵히 시간은 흘러 그림자는 기울고
지친 노동의 무게를 알고 있는 자전거
말없이 주인을 등에 앉히고 달려갈 준비를 한다
어스름이 퇴근을 싣고 광장을 빠져나갈 때,
누군가 맡겨둔
보관된 하루가 몇 대 묶여있다
반딧불이
무주구천동의 밤이
꼬리에 불을 켜고 난다
물소리에 젖어도 꺼지지 않는 불빛
여름밤 별빛으로 번진다
애벌레의 시절은
한동안의 파문이었을 뿐,
날개를 얻어 하늘 한구석 차지하고
작은 불은 빛이 되었다
이 숲은 불을 끄지 않는다
수컷들
몸이 달뜨는 밤이다
밤이슬 같은 일생을 태워
보름을 살다
얼룩 하나 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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