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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김미희/산을 오른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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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75회 작성일 18-04-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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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미희



산을 오른다 외 1편


너를 보내고 산에 오른다
기어 다니다
걸음마를 시작하던 숲에 들기 위해
산을 오른다

닫혔다 열렸다
있다가 없다가 하는 너를 향한 새 한 마리
발톱을 세워
가지의 흔들림을 움켜쥔다 해서
마음은 마음대로 몸은 몸대로
거품만 무성히 흔들리던 날들의 맘속 눈금을
잴 수 없었다

흔들리는 건 네가 아닌 나였으니

뿌리째 뽑혀나간 내 속 깊은 생채기에
잔뿌리 하나 남아 있다면
언젠가는 봄비 내릴 것이라는 기대 없앨 수 없어
차라리 너와 함께 했던 길을 벗어나
그늘이 둥근 깊은 숲
모태에 들기 위해 산을 오른다

수풀이 우거져 앞이 보이지 않아도
속이 훤한 개울물 여전히 흐르고
풀꽃들 저마다 몸을 흔들며
내 첫 걸음걸이 소리를 기억해 주는
숲에 들기 위해 산을 오른다



상 준다는 말은


그녀의 날들은
재봉틀 발판 위에서 덜덜거리다
따닥따닥 잘려나가기도 하고
잘리면서 이어지기도 하는 날들, 그런 날에
느긋한 듯 고쳐 앉아
고봉밥 한 번 대해보라는 거겠지

과속도 추월도
요리조리 누벼대다 너덜해진 인생
힘주어 밟아댈수록
더 빨리 가 닿는 제자리, 그 자리에서
무뎌진 바늘이라도 갈아 끼워보라는 거겠지

허영도 위선도 더더구나 사치 같은 것들
싸잡아 박아대며 굴러도
가난한 실밥은 우두둑 터지는 바퀴, 한 번쯤 탁탁 털고
목젖까지 환히 드러나는 웃음,
그렇게 웃어보라는 거겠지

꽃 되어 본지 어느 세월인데
무슨 열매씩이냐며 고개 돌리는 그녀
서쪽 하늘 끝쯤에 물러나 있을 신혼방 찾아, 오늘은
군불 지피고
따뜻한 태몽 하나 꾸어보라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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