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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김사람/노르웨이는 숲이 없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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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73회 작성일 18-04-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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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사람



노르웨이는 숲이 없다 외 1편


훌트라, 교회 뒤뜰에는 무지갯빛 비석들이 있어
거주자보다 많은
영혼에 잠식된 마을
연어 떼는 돌아오지 않아
두 개의 묘에 인사를 하고
자작나무 숲길을 걸어
가슴이 서늘해지는 사랑을 상상해
비석들은 뿌리내리고
비석들은 숲을 만들어
훌트라, 밤을 체인에 감아
자전거 타는 이웃집 처녀는
검은 숲에서 사랑을 하고 싶어해
나무가 자라 태양에 이르는 날
당신을 만질 거야
해골에 별이 뜨고
별이 해골이 되는
훌트라, 꽃이 아름답게 지는 밤
피아노를 치는 트롤의 아들딸들이
이불을 머리까지 말아 올리고 있어



스톡홀름


코리아에는 스톡홀름, 보이지 않는 나라가 있어
여왕은 몸으로 사람들을 다스려
나는 그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나고 자랐어

독특한 왕실의 관례가 있는데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는 남자들은
여왕과 초야를 치러야 해
첫 번째 공주가 생리를 시작하면 여왕이 되고
폐경과 함께 왕위를 물려주는 식이야

사람들은 여왕이 무얼 먹고 살길래
일흔의 나이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는지 감탄을 해
매일 밤 수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지니
진짜 아이의 아버지를 알지 못해
남자들은 여왕이 낳은 모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는 시스템이지
나는 왕족이야
혈연관계로 뭉쳐지는 우리들은
여왕을 사랑하고 존경해

내일은 나의 18번째 생일이야
이미 나에게는 2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이 있어
나이가 차기 전까지는
도시의 여자들과 동거가 가능하거든

좀 전에는 아내와 4명의 자녀들이 둘러 앉아
마지막 저녁 식사를 했어
그들에게 축복 기도를 하고
빵과 포도주를 나눠 먹었어
여왕의 아름다움과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 그리고
삶의 행복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얘기를 한 후
이마에 키스를 했어

모두가 잠든 시간
본 적 없는 아버지란 자가 문을 두드렸어
나를 보자말자 안고 울었어
오늘 같은 날에 나오는 눈물을 이해하지 못했어
어깨가 젖어 샤워를 해야 했지만
그는 나를 놓지 않았어
그렇게 마주 앉아 밤을 지새웠고
여왕을 처음 본다는 설렘으로
나는 성으로 향했어

여왕은 천사의 몸으로 내게 다가왔어
우린 길게 사랑을 나눈 후 깊은 잠에 빠졌어
사랑이 오래였는지 잠이 오래였는지
눈을 떴을 때 나는 다른 세계를 보고 있었어

사실 스톡홀름에는 18세 이상의 남자가 없어
성으로 초대되고 초야를 치른 후
사내의 목을 자르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야
물론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
아버지가 그날 밤에 말했어
하지만 벗어날 길은 없었어
내가 도망가면 자식들이 나 대신 죽어야 하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까

국경지역에는 미라로 보존된 사내들의 머리가 둘러져 있었어
형들과 삼촌 아버지의 머리가 있었고
경계의 끝에는 여왕의 머리가 보였어
우린 나란히 새 하늘을 올려다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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