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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이경욱/슬픔을 익혀먹는 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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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경욱
슬픔을 익혀먹는 밤 외 1편
지축을 흔드는 객체에 몸을 싣는다.
회귀할 수 없는 선로 위
밤이 가로질러 흘러간다
지친 눈꺼풀은
낯익은 시간의 어깨 위에 앉아 날개를 접어 쉰다.
설익은 슬픔이 해를 가린다.
시간의 페로몬이
메마른 숨길을 타고 흘러가면
갈라진 혀끝을 날름거리는 염화가 되어
모세혈관으로 퍼진다
화염에 휩싸인
검푸른 시간
바늘이 타버린 나침판을 꼭 쥐고
잃어버린 좌표를 찾아 헤맨다
슬픔을 익혀먹는 법을
잃어버린 채
밤은 곪은 종기처럼 흘러 내린다
단상 21103
섬들이 걸어간다
우기에 들어선 섬은 취해 주저앉아 흐르고
절벽 위에 선 섬은 날카로운 눈물을 삼킨다
삶을 품은 섬은 다리를 놓고
닻에 묶인 섬은 벗어나지 못한다.
외딴 바위섬
움푹 패인 골짜기엔 포말같은 근심이 쉬지 않고 밀려온다.
지난밤 파도에 밀려온
낡은 그물 속에
이어도가 축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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