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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신작시/김사리/개의 사회학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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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사리
개의 사회학 외 1편
목소리를 익히면서 사회생활은 시작된다 다혈질 습성을 버리기 위해 털을 다듬고 추리닝을 입는다
눈빛 쫓아가기
꼬랑지로 인사하기
그림자처럼 따라 걷기는 순종의 근본
그렇다면 똥은 먹이일까 사슬일까
목소리는 나를 완성시킨 도구입니다
저 멀리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손 하나는 흔들리고
남은 손 하나에는
뼈다귀 개뼈다귀
눈빛이 마주치면 꼬리를 흔듭니다
날파리를 쫓던 꼬리를 바닥으로 내립니다
꼬랑지가 닿은 땅에 코를 박으면 발밑 깊은 어딘가에서 들리는 내 목소리
아직 살아있는 거니?
전생에 파묻었던 야성이여
무릎의 깊이는 삼보
절을 올리기에도 내가 나를 물기에도 적당한 간격
언젠간 짖지 않고 꼬리를 접은 후 나를 묻을 것입니다
이봐요, 개뼈다귀
세상에서 그림자 하나가 사라질 것입니다
도시철도
스마트폰을 먹어 치우는 것은 동굴의 취미
동굴은 만져야만 질주하는 커튼을 두르고 있다
칸칸마다 상영되는 흑백영화
흑백 소음
날마다 같은 영화가 상영된다는 커튼 씨의 귓속말
이를테면 나만 싸고도는 커튼 씨는 낮은 목소리의 유성영화이고
나는 아날로그 영화를 탐닉하는
혹은 질리지 않는 관객,
화면을 쫒다 암막에 갇혀 늙어버린 관객은 암실을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두더지도 가끔은 실연 당한 행인이다
지상으로 돌아와서 오후 세 시
커튼 씨는 물방울무늬
고개를 돌린다
철길을 문 꾀꼬리가 철길을 따라 날아간다
간혹 펄럭이는 커튼 씨,
취객이 주사를 부리기도 하지만 화면을 채울 인물을 바꿀 생각만으로도
커튼은 늘 물방울무늬로 재현된다
흐린 날, 돌파구를 찾는 불안한 수많은 물방울이
커튼 씨의 풍경이다
동굴은 사라지고 불면과 망상이 날뛰는 어둠뿐인 방안
침대가 흔들린다
왕성한 식욕의 철룡 한 마리, 길어진 몸을 뒤척인다
잠 좀 잡시다, 커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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