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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신작시/박수빈/꽃무릇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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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수빈
꽃무릇 외 1편
푸른 촛대에 불꽃들이 일렁인다 
이루고 싶은 간절한 기원들   
관계란 없을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바람 불고 비에 젖으며 
사라진 당신을 향해 물이 오른다  
무엇이 붉게 달아오르게 하나 
꽃은 무릇 뒤척이는 몸속의 길
뒤늦은 당신의 그림자에 내 눈이 불타고 
눈에 닿은 기억이 번진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타들어 가는 이 세상은 불난 집 
 
일생을 숨바꼭질하면서 
길고양이처럼 울며  
피 흘리는 저 숨결들 
스밈에 대하여
창가에 드리우는 가문비나무 그림자 
위쪽은 빛을 향해 뻗고 
아래는 바람의 무릎을 감싸고 
가지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 
나무가 느끼는 여운
체온을 나누어 가지고  
빈 가지는 얼마나 새의 울음을 간직하나 
서늘한 기척 
당신이 창가에 그늘진다 
비가 내린다  
어긋난 대답처럼 떨어진 잎이 내 안에 쌓이고 
뿌리는 땅을 움켜쥐며 집중하고      
머리카락에서 등을 지나 몸을 핥던 수많은 비의 혀들
떨림의 촉수들 
계절들이 모은 허공
그대에게 못한 말의 아우라 
물무늬 어룽진다, 저 수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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